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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24. 2022

존버는 '준비'다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버리고..

존중하며 버틴다-라고 방송에서는 말하지만, 사실은 '존나게 버텨라' 란 의미로 고 이외수 작가님이 만든 신조어였습니다. 어원이 비속어긴 해도 맛으로 저 이상을 대체할 어감없는 적확한 표현이라는데 동의합니다.


제가 이외수 작가님을 좋아했기에, 존버라는 말이 유행하고 일상용어가 되었을  내심 오묘했어요. 나만 알고 싶은 동시에 또 기분이 좋았던 거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땐 지금보다 어려서 이 '존버'의 참뜻을 몰랐는데 세월이 조금 쌓였다고 이제는 제 식대로 재정의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본연의 뜻을 함부로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이외수 작가님의 글을 사랑한 독자로서 재해석 차원에서 깊은 뜻을 떠올려 본 것입니다.

존버는 '준비'가 아닐까-하고요.


단순히 고통스러운 작금의 상황, 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아무 생각 없이 버티라는 취지에서 그친 말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요.

뭐든지 될 것만 같다가
뭐라도 되고 싶다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지금 맞닥뜨린 현실이라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 또한 다 지나간다.

겪고 온몸으로 성찰하며 지나온 시간만큼 성장한다. 

회는 또 올 테니 그때까지 준비하라.


존버의 속뜻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우린 성급해서 불안하고, 비교해서 불안하고, 막막해서 불안하고, 욕심이 커서 불안해합니다. 느긋하게 자신에게 집중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 하며 욕심의 정도를 조절한다면 불안감은 어느 정도 진정되고 해소되지요.


날 괴롭히는 불안감의 원천이 미래일 수도 있지만 과거일 수도 있어요. 보통은 현재를 부정하거나 너무 먼 미래로부터 저당 잡힌 삶을 살죠. 또 과거에 얽매여 매몰돼 있을 때도 마음이 스스로 불안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 내 주변 사람들에 비해 내 처지를 자꾸 깎아내릴 때가 찾아오죠.


묵묵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막연히 불안해만 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걸 알면서도 떨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마치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보다 시험에 대한 걱정에만 매몰되는 것처럼요.

불안은 준비의 동력

기회가 다시 온다고 믿으세요. 그럼 반드시 오거든요.

준비가 된 사람은 다시 찾아온 기회가 스쳐가는 흔한 무엇이 아니라, 절호의 찬스로 보입니다.


만약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변 사람이나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면 저들과 내가 처음부터 불평등한 기회의 조건 때문에 지금도 다르고, 영원히 를 거라고 세상 탓을 하게 됩니다. 신을 원망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미워지고, 시기하게 되고 질투하게 되고 갈등을 빚게 됩니다.

준비는 당장 인정받지 못하는 지루한 시간이니까요. 그럴 만도 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어요. 방황하는데 나는 마냥 멈춰있고, 스스로  별 소득 없이 망가지는 느낌이 들 때 즈음, 주님의 은총(?)이었는지 이런 노랫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제가 어릴 적 교회에서 율동까지 곁들여서 부른 복음성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거든요.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버리고
 우리 서로 사랑해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예수님 따라 서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내용으로, 제목은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다.

그러니까 걱정하고 외부에 탓을 돌리고 내 마음을 괴롭혀 불안해할 시간에, 감정은 덜어내고, (가능하면 비워내는 거죠.)그 자리에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어디서, 누구와, 왜 준비해야 하는가.' 준비하는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이며 어떻게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게 할 것인가. 를 채워 넣는 겁니다.

나를 사랑하고 지키고픈만큼- 주변에,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삶의 태도를 정립하는 질문들.

준비를 해놓으면 기회가 찾아 왔을 때, 기회를 포착하는 눈이 떠집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아는 사람에게 찾아오죠. 준비가 특정 기회를 위한 전략이 아니었대도 지금까지 겪어온 모든 것의 보상이란 걸 알게 됩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 기회가 결국 내 것이 되는구나 하고요.


내 목적과 목표만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졸라게 열라게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불안한 거요? 당연한 거예요.

대신 결론이 날 때까진 어쨌든 시간이 좀 걸릴 거니까, 그걸 감안하며 여유를 되찾아 봐요. 그러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하잖아요? 성급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야 예상치 못한 행운도 찾아오니까. 정말 어디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터질 지 몰라요.

준비 = 평소에 잘하자

걱정하고 있다면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중인 거고요. 뭐라도 하고 있는데 당장 결과가 안 띄는 일일 뿐, 잘하고 있어요. 시간이 필요해요. 그게 준비예요. 그럴  당당하고 담담하게 외쳐보는 거예요.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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