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나..?' 하고 찔렸을 분께 사과할 생각은 없다. 내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린 대부분 다 이렇게 산다. 인간이니까. 인간적이다.
많은 것에 도전하고 그중에 한 두 개 얻어걸릴 뿐. 얻어걸린 게 성과이고, 그걸로 생을 보람차게 이어간다면 인간답게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좌절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단 뜻이다. 다만 그렇게 반성에 쓸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다른 방향으로 에너지를 전환해보길 바란다. 게으른 당신을 믿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할까? 결심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리 복잡하진 않다. 아니 생각보다 심플하다.
저지르고, 수습하고, 기다리면 된다.
다시 되뇌어보자.
저지르고, 수습하고,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이를 반복한다.
대부분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간과하거나 생략하기 때문에 성과를 못 낸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박약해서도 아니라.
영-감이 안 잡히는 사람은 위 절차대로 따라 해보자. 응용은 나중에 하면 된다.
우선 새해 결심으로 만만한(!) 독서와 글쓰기로 예시를 들어본다.
먼저 독서. 책을 읽겠다고 결심을 했다 가정해 보겠다.
1. 저지른다 - 여기에 해당하는 건 첫 번째로 책을 사거나 빌리거나 일단 내가 책 읽을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자, 책이 내 앞에 있다. 그다음 저지르는 건 뭘까? 역시 복잡하지 않다. 책을 펼치면 된다. 책을 펼친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2. 수습한다 - 책을 사거나 빌린 후 펼쳤다. 그다음 이걸 수습하는 건 글자를 읽는 행위이다. 읽는다. 읽어 버린다. 책을 저질러 버렸으니 이제 수습해야지. 그건 읽기다.
필사를 하든 소리 내어 읽든 내 소유의 책은 밑줄을 치든 한 페이지라도 읽고 나서 블로그에 리뷰를 쓰든 읽으면 책을 저지른 데에 아주 잘 수습한 거다. 무엇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자체로 이미 책을 읽겠다는 '결심'에 대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3. 기다린다 - 독서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내가 이해를 하는 데 필요한 기다림이든 내가 독서 후 했던 모든 행위에 대한 반응이든, 읽으며 사유했던 질문이 더 좋은 질문으로 꼬리를 무는 것이든 기다리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내 것이 되는 시간이다.
4. 반복한다 - 이제 이 3단계를 처음부터 반복하거나 부분적으로 반복해 보자. 성과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는 읽지 않은 사람과 읽은 사람의 차이이니까.
자, 이번엔 글쓰기다.
1. 저지른다 - 블로그를 만들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든 인스타그램에 글을 연재하든 일단 공개 발행할 수 있는 모든 수단 중 하나 이상에 내 글을 공개한다. 물론 자기 비평적 관점에 의해 이 글이 공개해도 좋은 글인지는 스스로 성숙한 판단이 필요하다. 먼저 메모장앱이나 종이 위에 써 놓고서 옮겨 쓰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영 아니다 싶으면 하루 묵혔다가 다시 보자. 만약 도저히 못 봐주겠다면 기존에 있는 좋은 책에 대한 코멘트부터 리뷰로 올려도 좋다. 이때,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글 말고, 그 글의 출처를 명확히 찾아서 구매하거나 대여하기를 권장한다. 아니 제발 그러길 바란다.
2. 수습한다 - 여기서 수습은 공개 발행 전 퇴고를 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공개 발행한 글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 내 손을 떠난 글은 주체성을 갖는다. 어떤 비판도 감수하고 어떤 칭찬도 어떤 의미부여도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오독을 하게 만들 만큼 너무 별로인 글을 작성한 게 아니라면 오독을 한 건 글쓴이가 아닌 독자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근데 논란이 될 만한 글이라면 내리고 사과해야 한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다. 올리기 전에 아무리 짧고 사소한 글이라도 진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배웠다면 말이다. 독자와 싸울 필요는 없다.
3. 기다린다 - 다시 영감을 얻는 시간일 수도 있고, 퇴고 후에 글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기다림일 수도 있다. 내가 글을 쓴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목적에 부합할 때까지 진중히 기다린다. 성급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기다리는 동안에 발견하는 글의 오점도 소중한 발견이다. 온라인 글쓰기의 장점이기도 하다.
4. 반복한다 - 로또 당첨의 성과를 얻고 싶더라도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첨확률을 높인다는 건 당첨이 많이 된 판매점에서 당첨이 많이 된 시즌에 당첨이 많이 된 요일과 시간에 맞춰 당첨이 많이 된 방식(자동/반자동/수동)으로.... 최대한 많은(1인당 10만 원)양의 복권을 산다면 당첨을 보장할 순 없으나 당첨확률만큼은 이론적으로 높일 수가 있다.
확률 희박한 로또도 이럴진대, 글쓰기는 오죽할까. 어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최대한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이를 반복하면 그 과정에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뭘 잘하고 있는지 점검이 가능하다. 최소한 왜 쓰는가? 는 기본 정립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저지르자.
결심을 했다면 성과를 얻는 건 이처럼 행동 후 반복에 달려있다. 대부분 결심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반복하지 않는다. 저지르지 않고, 저질러도 수습하지 않고, 수습까지 해도 기다리지 않고, 잘 기다려놓고도 반복하지 않는다. 그래놓고 '노력'했다고 한다. 잘 풀린 사람과 비교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내 나름의 기세로 가면 그만이니까.
다만 너무 바보같이 혼자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벤치마킹을 해볼 필요는 있다. 세상엔 좋은 강의도 많고 인싸 멘토들이 유튜브와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참 많이도 떠들고 있다.
또한 무료만 고집하지 말고 유료로도 기꺼이 투자해보길 바란다. 오히려 유료로 저지르면 수습하고 기다리고 반복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지도 모른다. 내 피 같은 돈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혼자 헤맸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이다.(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또 새해가 밝았다. 결심만 하고 이뤄내지 못한 내 의지박약을 탓하고 있다면. 최대한 어디서 얻어걸릴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저지르고 수습하고, 기다리고 반복해 보자. 계획은 그만 세우고, 결심과 다짐은 그만 척하고. 저지르는 것부터, 움직이자. 무브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