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이라는 사람이 여기 있다. 사람들은 이 개인을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하나둘존재를 알게 된다. 이동영이라는 사람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본인의이야기를 공개·공유한 것이다.
이동영이 선택한 글쓰기는 두 가지였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에게 일어난 에피소드를 적어낸 '일상 에세이', 그리고 글쓰기를 하면서 이렇게 하니 글이 잘 써지더라, 독자들 반응이 좋더라 하는 '글쓰기 노하우'였다.
이 중에서 대다수의 독자는 캐릭터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동영의 일상 에세이보다는 당장 꿀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글쓰기 노하우가 읽기가 좋았다. 그 대다수의 독자에게 가닿은 덕분에 이동영은 '작가'라고 불렸다.
작가의 글이라며 블로그·브런치, 네이버, 다음 카카오 검색 포털과 앱에 노출이 되자 소수의 강의 담당자와 브런치 담당자, 출판사 담당자가 이동영 작가에게 연락했다. 책을 냈고, 글을 계속 올렸고, 강의를 꾸준히 했다. 이동영은 작가이자 강사가 되었다.
이동영이란 사람은 특별히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았고, 작가와 강사 관련하여 국가자격증이 있지도 않지만 비슷한 이름의 민간 자격증조차 취득할 생각은 없었다.
이동영은 그저 글쓰기라는 무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건 약간 뻔뻔해야 했다. 아무것도 없이 뻔뻔한 게 아니었기에 당당해도 되는데 극도로 겸양을 떨 때 뻔뻔함 한 방울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글쓰기라는 무기가 콘텐츠가 되어 또 하나의 글로 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한계는 책으로 출간하거나 온라인에 글을 올린다해서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는 현실에봉착하며 인지하게 됐다.
여기서 '말'을 더 발전시켜 나갔다. 스피치 학원에서 대본 없이 강의하는 법을 깨우쳤다. 퇴사를 하자마자 이동영이라는 이름을 걸고 글쓰기 클래스를 열었다. 무모했지만, 수습이 가능했다.
저렴하게 시작하니 10명이 넘게 모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동영은 더 이상 그냥 이동영이 아니었다. 글쓰기 노하우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글쓰기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노하우를 말로 설명하고 마음에 가닿아 스스로 글쓰기를 하도록 돕는 교육자로서 거듭났다.
이 글이라는 무기와 말이라는 무기는 누굴 공격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동영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가 되었다. 수익을 발생시켜 계속 살아가게 해 주었고, 계속 여유롭게 글을 쓰고 강의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강의를 듣거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겐 희망을 주었다.
누구나 처음엔 개인의 존재감 없는 존재에 불과했던 '이동영'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우연히 무기를 발견하고 그걸 갈고닦는다. 그 하나의 무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또 하나의 무기를 개발한다. 이제 이동영은 이 무기들을 지닌 채 더 큰 세계로 뛰어 들려한다.
더 많은 이들이 이동영을 알 수 있도록. 이동영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배움의 기쁨과 성장을 느낄 수 있도록. 글쓰기라는 무기를 스스로 개발하여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한낱 이동영이었던 이름 모를 개인은 더 큰 세계에서 자신을 알리려 한다.독보적인 역량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완성도 높게 퍼뜨리려 한다.
누구에게나 이동영의 글쓰기, 말하기와 같은 무기가 한 두개쯤은 있다.
언젠가 어느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찰나가 오면 그걸 쉬이 넘기지 말고 포착하길 바란다. 많은 걸 바꿔주는 찰나의 소중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좌절할 일이 아니다. 전공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배우지 못했다고 못할 것도 아니다. 내 특기와 취미가 무기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덕질해왔다면 그 맥락에서 나의 무기를 개발해낼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이동영이 반드시 글쓰기와 말하기라는 무기만을 장착해야 한다고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어쩌면 이건 '기본템'일 수 있다.
내가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다면, 무엇을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글쓰기와 말하기부터 갈고닦아 자신의 이름 뒤에 타이틀을 달아보자.
이동영은 나다.
나는 2022년부로 첫 책을 낸 지 10년이 되었다. 2023년부로 첫 강연을 한 지 10년 차가 된다. 내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냈는지, 내가 어떻게 책을 썼고 많은 글을 공유해왔는지 돌아보면 신기할 정도로 실감이 잘 안 난다.
당연한 듯이 달려왔지만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신에겐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겐 지갑을 열만 한 콘텐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그 무엇도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당연하듯 달려온 무엇이 있다면 나의 수고를 유심히 들여다볼 일이다. 앞으로도 전혀 늦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