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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13. 2023

책을 쓰고 싶다는 것

죽기 전이라도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을 쓰고 싶다면

나는 글쓰기, 특히 책을 쓴다는 건 단순히 문장력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뜨겁게 혹은 차갑게 글 쓰는 자신 안에 먼저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그만큼 차올랐다는 방증이다. 넘쳐흐를 것 같다는 말이다.

tvN 유퀴즈 '배우 김혜자' 편

배우 김혜자 씨는 말했다. '60주년이라서' 에세이를 쓴 게 아니라 '쓰고 싶어서' 쓴 거라고.


만약 당신이'죽기 전 언젠가'이든 '2023년 올해 안'에든 책을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할 말을 쌓아두는 일이다. 책에서 할 말은 혼잣말이 아니라 해줄 수 있는 말, 즉 자격이 있는 말이어야 읽을 가치를 갖는다.

tvN 유퀴즈 '배우 김혜자' 편

본격적으로는 원고로 정리를 해서 한눈에 보일만큼 할 말을 쌓아야 한다. 시간이 쌓였다고 해서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막상 '내 살아온 이야기 책으로 쓰면 장편소설 분량이지' 하는 사람들도 정리해 보면 단편소설 분량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기 삶의 역사를 이만큼이나 쌓아왔는데, 왜 정작 책으로는 분량이 안 나오는 걸까? 내 삶이 독자가 읽을 가치가 있는 삶이라고 의식하여 정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는 자신에게 취해서 자기 세계에 갇힌다. 너무 많이 생략해 버린다. 자기 복제와 동어반복에도 취약하다. 그래서 출판사에 에디터가 존재하지만 저자가 능력미달이라면 손댈 수 조차 없다.


분량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다. 저자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내가 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아주 유명한 인지도나 높은 인기도가 있지 않는 한.


관점이란 누군가에게 필요한 말, 누군가가 갖고 싶은 책을 편집하는 능력의 기초이자 동시에 (책)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문학작품이 아니라면 문장은 충분히 다듬으면 되는 차순위의 문제다. 모든 실력 있는 강사가 유려한 말솜씨를 가질 필요도 아나운서 같을 필요도 없듯이, 작가 역시도 1순위는 유려한 문장력만이 아니다.

사진: 이동영

광화문 교보문고 그 어지럽도록 큰 서점에 가 보면 베스트셀러 매대에 펼쳐진 책들과 저 구석에 꽂힌 책들이 같은 주제인데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저자가 무명인데 빛을 못 보았거나 제목과 디자인부터 갖고 싶도록 만들지 못했거나 비슷한 시기에 경쟁에서 떨어져 나갔거나 당장 지갑을 열 만큼 필요해 보이는 매력이 없거나 독자가 보았을 때 책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밀린 거라고 나는 분석했다. 


잘 팔렸다고 해서 무조건 잘 쓰고 좋은 책인 것도 아니고 안 팔렸다고 해서 그 반대도 아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아무리 딴 게 무슨 베스트셀러야 했던 책도 알고 보면 시장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다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욕하지만 그 화두는 당시 세태와 니즈를 잘 반영했다. 그 책을 비판하는 것마저도 책이 시대에 할 말을 던져준 역할을 해낸 것이니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시장에서 떠오른 책은 아무리 동의할 수 없어도 인정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저자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뿌리 깊은 배경이 있든지 운의 흐름을 타던지 개인(책)만의 스토리가 있으면 유리하다. 그것도 아니면 인지도나 인기도, 팔로우(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여야 좋다.


책을 때 막연히 운을 기다리기도 모호하고 역사적 배경에 기대는 것도 어렵다면 개인기(구독자수, 미디어노출, 광고, 시련 극복 서사기, 경쟁구도 우위 선점, 사연 공감대 형성, 내 책과 맞는 타깃 마케팅)로 승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면 당장 5초를 거꾸로 세고 종이 위든 메모장 앱에 지금 쓰자. 그것부터 시작이다.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도 좋으니까. 메모와 습작은 계속 비우는 동시에 쌓아두는 일이다. 내 책(원고)이 팔릴 만한 건지는 관점을 가지고 쓴 다음에 출판사의 프로들에게 맡겨보면 될 일이다. 막연하게 손 놓고 있는 것보단 확률을 높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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