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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20. 2022

작가님은 '언제' 글을 쓰세요?

시간이 남으면 글을 써요. 그래서 늘 시간을 남겨요

글쓰기 강의 수강생들의 FAQ(자주 묻는 질문)만 한데 모아도 글쓰기 책 한 권은 뚝딱 나올 것 같다. 강의 때마다 거의 매번 수강생 사전 질문을 네이버 폼을 통해 받으니, 여태껏 쌓인 글쓰기 질문 데이터가 꽤 된다. 나에겐 가장 큰 재산이라 하겠다. 출판사들은 뭐하는지 몰라. 계약하자고 해요. 얼른.

자, 그리하여 오늘도 역시 FAQ 중 하나 가져왔다.

나는 질문하는 것만큼이나 질문받는 일(질문을 하도록 만드는 일)도 좋아한다. 그게 교육자가 마땅히 해야 하는 지향점이라고 늘 생각하며 강의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의 말미에 즉흥질문 유도를 했을 때, 수강생이 정말로 할 질문이 없으면 작가(글쓰기 강사)에 대하여 묻는 건 으레 있는 '코스'와도 같다. 그중 하나가 다음 질문이다.


작가님은 '언제' 글을 쓰세요?


'언제'에 방점이 찍힌 질문이다. 언제라고 했을 때 답변은 크게 두 가지로 나올 수 있는데, 하나는 순간이고 다른 하나는 시기.


'순간'은 짤막한 메모로 글이 가지를 뻗어가기 전에 덩어리를 기록하는 때에 해당한다. 관찰과 성찰과 고찰과 통찰에 기반한 기록인 메모는 모든 영감의 원천이요, 모든 문장의 원천이며, 작가의 모든 것을 이루는 기초단위이자 층위이다.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지-가 아니라, 쓰고 있으면 그게 순간인 경우가 대부분인 거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엔 스타벅스 카페인데, 노트북이 방전되어 콘센트 있는 자리 충전기를 꼽아놓고서 원래 자리에 앉아 모바일로 쓴다)

'시기'는 특정 사건이나 독특한 나만의 경험을 겪는 시간의 범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썸녀와 고만고만하다가 불현듯 사랑에 빠진 시기, 자기소개서와 면접 대비를 하여 원하던 직장에 합격했지만 2년도 안 돼 퇴사를 고민하게 된 스토리가 쌓인 시기, 우연한 기회에 강의를 시작해서 강의 경력 10년 차를 앞둔 시기, 고려대 교육대학원에 입학해서 1학기 종강까지의 시기, 논문의 논자도 못 떼던 대학원생이 결국 우수논문을 타기까지의 시기 등등..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적 범위이기 때문에 그걸 포착해서 스토리로 확보해두면 뭐든 글쓰기 주제로 남는다.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말이야.. 하면서 대하소설을 운운하지만 막상 쓰면 얇실한 시집 분량에서 넘어가질 못하는 건 이런 시기를 글로써 틈틈이 사유해본 적도, 글답게 정리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순간 속에, 시기 안에- 나만의 사유와 축적된 자료와 관계와 경험 등의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 있는 글감이 가득 차 있다. 이걸 틈나는 대로 쓰고 꾸준히 쓰는 것뿐이다.(또한 흔히 작가는 마감 미션에 의해 쓰고 있기도 하다.)


작가에게 글을 언제 쓰냐는 말은 인간이 숨을 언제 쉬냐는 말과 비슷하다. 늘 하고 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만이 글쓰기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정체성으로 일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늘 글쓰기에 살고 있다. 강의를 하고 있다가도 데이트를 하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글 쓸 궁리만 한다.

특정한 언제- 즉, 때를 규정해놓는 게 아니라 자연 상태가 되어 글쓰기를 살아간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여행을 떠나 순간과 시기를 살아가는 때조차 작가는 글을 쓰고 있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모든 건 결국, 글쓰기를 위한 준비로 남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님 말이 역시 다 맞다. 모든 작가가 그런지는 당연히 장담할 수 없다.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일이나 책을 출간하는 일이 작가가 글을 쓰는 전부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면 위에 쓴 이동영 작가의 생각이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 이동영은 언제 글을 쓰느냐고?

지금 이것도 글이 아닌가. 이렇게 쓴다. 쓴다는 이야기 그 자체를 종종 쓰기도 한다. 영화에 영화감독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이 꽤 있는 것처럼 작가들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가끔 쓰는 일은 자연스럽다.


이동영 작가는 유난히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를 더 즐겨한다. 글쓰기 강사라서 독자에게 허용되는 일이다. 나처럼 해보세요. 라기보다 나 같은 사례도 있고 작가들의 글쓰기엔 이러저러한 공통점도 있어요.라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동영 작가의 글과 강의를 흥미롭게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글쓰기에 관하여, 작가에 관하여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댓글로 환영하니 낯가리지 말고 남겨주시길 바란다. 욕 댓글만 아니라면 환영한다. 꼭 욕을 써야만 하겠다는 분은 메일(Lhh2025@naver.com)로 개인적인 메시지를 남겨주시기 바란다. 영구 스팸 처리할 테니까^^


언제 글을 쓰냐는 질문에 또 글을 이렇게 뚝딱 한 편 써 올리는 이동영이란 인간의 작가적 삶 만족도는 언제나 100점 만점에 1000만 점이다.


글쓰기 인문 강의 방송 출판 칼럼 등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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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h2025@naver.com (이동영 작가)
010-8687-3335(선 문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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