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Feb 06. 2023

내 인생은 귤처럼 달아지지

상처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보호하며 성장하는 귤처럼

귤을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어렸을 적 <SBS 호기심 천국>이란 프로그램(1999.1.3. 방송분)에서 보았던 잡상식 중 하나.


귤은
높은 곳에서
몇 번 떨구면
그 맛이 달아진다.


귤을 높은 곳에서 몇 차례 떨어뜨리면 '상처'가 생긴단다. 상처가 난 귤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귤의 놀라운 대처에 인사이트가 있었다.


귤이 스트레스를 받는 그 순간, 성장(과일의 성숙, 개화 등)을 조절하는 '에틸렌'이라는 효소 분비가 촉진되고, 이 효소 때문에 귤의 당도는 높아진다는 사실. 오호라, 신기하다. 신맛(산도)은 변화가 없지만, 단맛(당도)은 20% 이상 증가된다니!

여기서 가장 놀라운 점은 귤의 보호본능(?)이라 하겠다. 귤이 달아지는 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성장을 촉진하는 에틸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거란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말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각 없이 까먹던 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퍼온 이미지


나란 인간도 귤과 같은 셀프 보호본능이 있다.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는 귤처럼 산다. 10대나 20대 때는 멘탈 관리가 어려웠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의 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점점 닳아지는 인생보다 점점 달아지는 인생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이 내게 닥쳐와도 다소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하면 상처나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 시니컬이나 쿨병과는 개념이 다르다. 세상에 회의적이거나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전제나 목적이 아니기에 그렇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려는 태도가 너털웃음을 짓고 둔하게 넘기는 비법이다. 부정적 상황과 감정에 빠져들지 않는 태도. 여기에서 내 성장을 조절하는 무엇인가의 분비가 촉진되듯, 지나고 나면 부쩍 성장해 있다.

직장인이던 시절 나는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면서 대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의 부정이슈 관리도 도맡아 했다. 그때 당시엔 이걸 어찌해야 하나 싶은 일도 적절한 대처가 한 끗의 차이로 이뤄지는 걸 보면서 은유로써 인생을 배우곤 했다.

인생에도 현명한 이슈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무작정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깨달은 것이다. 그 뒤부터 내 일상에 부정이슈가 닥치면 때로는 진통제를 써서 통증을 유예하거나 자연치유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별을 겪는다거나 듣지 않아도 될 소리를 크게 들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지만 수습은 가능할 때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가.

나는 내 성장을 위해서, 나를 상처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려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보단 아플 때 잘 대처한 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좋아한다(내가 한 말이다). 어떤 것도 나를 상처 주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자기 보호와 자기 성장의 굳은 의지. 마음의 안정을 준다는 노랑과 밝은 기운을 준다는 주황을 다 품은 귤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아까 언급한 <호기심 천국> 실험에 따르면, 굳이 귤을 떨어뜨리지 않고 손으로 주무르기만 해도 귤은 달아진다고 한다. 날 가만히 두지 않고 떨어뜨리고 주무르려는 이 세상에 고한다. 이제 난 나를 아프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나를 나이지 못하게 하는 상황들은 이제 날 벼랑 끝으로 내몰지 못할 것이다. 인생에서 쓴맛을 볼 때마다 성장하는 내 인생은 더욱 달콤해질 것이니까.

세상에 치일 때마다 점점 맛있어질 소중한 우리 인생을 위하여. 귤~!(짠)


>> 수정 전 원문 글

https://linktr.ee/leedongyoung

매거진의 이전글 혜리가 제자리걸음 중이란 말에 유재석이 되갚아준 반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