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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08. 2023

너와 나의 거리 유지, 이건 우리 안의 소리

turn up 인간관계

너와 나의 연결고리보다는 너와 나의 거리유지, 너와 나의 다름 인지, 너와 나의 코드 일치를 따지기 위해 MBTI, 혈액형, 궁합 등을 우리는 속는 셈 치고 믿곤 한다.

제일 좋은 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에 딱 기분 좋은 사이 아니 그 거리감이 무관한 사이, 더 가까워지지 못해도 아무래도 괜찮은 사이란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엔 타이밍이 우선순위처럼 보이는 이유다.


그게 핀트가 안 맞아 한쪽에서 서운해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면 사랑(우정)이라 믿었던 감정은 위험한 지옥불과 같아진다.


가끔 연락해도 영혼의 베프라고 느껴지는 사이가 있다. 집에 함께 있어도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이가 있다. 관계라는 건 어디까지 허용하느냐가 아닌 어디까지 지키고 지켜주느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선을 넘어도 좋다는 기준 말고 선을 넘거나 넘지 않을 때 떠날까 불안하지 않은 사이.

내 경우엔 상대방이 결혼을 했거나 커플이거나 남자이거나 하면 그 적당한 거리가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새로 만나는 사람 중 미혼인 여자사람은 주위에 친구로 두지 않는 편이다. 점점 괜한 오해를 빚기 싫기 때문이다.


내가 모임도 이끌고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니까 막상 만나면 말을 곧잘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용기 내어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다음날 하루는 푹 쉬어줘야 하는 사람이 나다.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데 시간과 마음에 온통 들어찬 사람이 나타나면 일상이 마비되는 이유다. 요즘은 그래서 적당한 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유지되는 결혼한 이성 혹은 남자만 새롭게 인간관계를 맺는다.


꼭 연애가 아니라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성별·나이 무관)과 친해진다는 개념은 퍽 조심스럽다. 마음은 주되 시간은 주지 않는, 선물을 주거나 재능으로는 베풀되, 사적인 공간이나 고민은 나누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TMI가 가능해야 친한 사이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침묵이 자연스러울수록 친한 사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난 많이 친해져야 온도가 겨우 올라가는 유형의 인간이라 선뜻 가까이 다가오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솔직히 말하면 편하다. 이게 내 방어기제의 발현이라 내가 여태껏 살아오며 완성한 최선의 모습이다. 인생은 좀 불편하게 살수록 장기적으로 얻고 배우고 익히며 성숙할 텐데 난 아직 미성숙한 것 같다.


문뜩 문득 나를 기꺼이 감당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중보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축복을 빈다. 현재진행형으로 나를 감당해 주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가족과 친척은 더 깊은 감정이 든다. 사랑한다는 것까진 모르겠고 미안한 건 확실하다. 고마움도 명백하다.

인생을 나 잘난 맛에 사는 나 같은 차가운 나르시시스트 인간도 관계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당신처럼 늘 겸손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인간은 오죽할까. 숱한 관계의 갈등을 두고 그 밤들을 건너가는 일이 멀고 멀어서 그렇게도 잠 못 이루곤 하는 것이다.


좀 무딘 것도 필요하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동력이 아니라면 거두고 신경 쓰지 않는 게 관계에선 가장 바람직한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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