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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10. 2023

글쓰기 잘하고 싶은데, 단기간에 실력이 느는 방법은?

... 없어요.(단호)

네, 오늘도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단기간에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이요?

 없어요.(단호)


글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순 있겠습니다. 상식선에서만 기준을 삼아볼게요. 독자가 볼만한 공개 글을 '꾸준히 발행' 가능한 수준이거나 아니면 글을 써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을 때, 타깃 독자에게 큰 '문제없이 읽힐 만큼' 써내는 수준으로 '글 잘 쓴다'라기준을 상정해 면 어떨까요.


벌써부터 힘들다고요? 글쓰기라고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 단기간에 확 실력이 늘 수가 있을까요? 운 좋게 한 두 개가 터지는 경우나 타고난 감각이 있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공통적으론 얼마 못 갑니다. 질 높은 콘텐츠의 지속적 생산은 불가피하게 시간이 소요돼요.

수강생 Q. 챗GPT가 단기간에
글쓰기 잘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AI시대에 너무 박한 거 아니냐며 위처럼 반문한다면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인 저는 이렇게 답변하겠습니다.

이동영 A. 네.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요행을 바라지 마세요^^


아무리 챗GPT가 발달한들- 그건 아이디어 제공과 보정을 해주는 거지, 글 쓰는 본인이 질문을 잘 던져야 합니다. 자료 인용 등에 팩트체크를 꼼꼼히 해야 합니다. 목적에 걸맞게 자기 언어로 정리해야 합니다. 독창성은 자기 언어로 소화하는 데에서 나오, GPT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니까요.


그런데 고무적인 점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속성이 여기에 다는 거죠.

질문, 팩트체크, 자기 언어로 정리하기.


'포토샵'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내 작품을 만들어주지 않고 내가 찍은 사진이나 그림에 보정의 수단으로 사용하듯, 챗GPT(인공지능 언어생성 챗봇)도 창작도구가 아닌 구조적 발상 보조수단과 요약정리 수단, 거기에 포토샵 같은 보정의 수단으 활발히 쓰게 될 것입니다. 


언어생성모델이라서 자료 검색 수단으로 신뢰하기에는 여전히(챗GPT-4 PLUS 기준) 위험해요. 결국 많이 그리고 깊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챗GPT도 잘 쓸 거라는 거죠. 챗GPT 답변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말입니다. 내 글쓰기 실력이 단기간에 늘 일은? 없습니다!


인간 본인이 글쓰기에 감각이 없다면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얼마 못 가 바닥이 드러날 겁니다. 들통이 나요. 전문용어로 '뽀록난다'라고 하죠?


본인도 기본이 없으니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어느 정도 기본 역량이 있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법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챗GPT가 보조가 아니라 글쓰기 주 수단이 된다면 거기에 따르는 문제가 있을 거예요. 자기가 쓴 글이라고 주장해도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고요. 스스로 자신을 잃어갈 것입니다. 글의 시작이나 보정은 도와줄지 몰라도 기본 사유나 자료 검증, 결론은 인간 자신이 내려야 해요.


챗GPT를 빼고 생각해 볼까요?


가장 빨리 글쓰기 실력을 늘게 하는 방법.

꾸준히 쓰는 일-뿐입니다.


재미없죠? 뻔한 소리 같죠? 만약 내가 오늘 하루 글쓰기를 하고 그걸 하루하루 미션 클리어 하듯 한 두 달만 반복하잖아요? 그렇게 살지 않았던 한 두 달 전에 비해 내 글쓰기 실력이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나 왜 이리 못 쓰지...' 하고요.


잉? 이건 실력이 느는 게 아니잖아요?! 하고 반문한다면 저는 또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로서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내가 못 쓴다는 걸 부끄러움으로 깨닫는다면 그게 실력이 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이제 자뻑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된 것이니 축하할 일입니다. 내가 못 쓴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 자체가 전보다 실력이 나아졌다는 방증이란 거예요. 이 얼마나 고무적입니까.


자, 그때가 중요합니다. 내 실력이 너무 비루하다고 느껴질 때 포기하지 않으면 나는 성장을 넘어 성숙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왜냐고요?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자존감. 자존감으로 글을 쓰는 거예요.


누구와 비교해서 우월한 자신감으로 쓰면 반대로 나보다 더 잘 쓴 글을 보았을 때 열등감에 좌절하기 쉽습니다. 내가 지금 내 실력보다 더 잘 쓸 수도 더 못 쓸 수도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태도로부터 앞으로 지속해 나가면 됩니다. 그래서 객관화를 하는 게 중요해요.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선 나 혼자 내 글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꾸 피드백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이것이 가장 빨리, '단기간에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는 방도라고요. 대단한 사람은 꾸준한 사람입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인정하고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객관적으로 자기 비평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게 글쓰기만 그럴까요?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요.


우선 오늘, 하루에 쓸 것을 쓰세요. 잘 쓰려고 하지 말고요. 힘 빼고요. 아마 도저히 글쓰기가 엄두가 안 나면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독서라도 하게 될 겁니다.

 

명심하세요. 글쓰기는 글을 쓰는 순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글을 써내기 전에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글쓰기의 일환이거든요. 써낸 다음에는 치열한 퇴고가 뒤따릅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 센 불로 한다고 해서 빨리 완성되는 게 아니라, 쫄거나 타버리는 걸 경험했을 거예요. 완성을 위해선 다 그것에 걸맞는 온도와 속도가 있습니다. 실력이 다는 건 '완성'형이 된다는 건데, 단기간에 완성형을 바라는 건 큰 욕심이죠.


저는 10년 정도 걸렸습니다. 지금도 부족하고 너무나 어렵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10년 정도면 엄청난 독서량 보유자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고, 타고나지도 않은 것치고 꽤 빠른 거예요. 저보다는 독자님이 더 빠를 겁니다. 제가 시행착오를 줄인 방법들을 글(책)과 강의에서 이미 많이 알드리고 있으니까요.


건필을 빕니다.

이동영 작가(2023년 10년 차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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