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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08. 2023

안물안궁인 줄 알지만

연애가 뭐 이래

이번 연애는 나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짧았던 연애임에도 그랬던 연유는 아마도 내가 사랑이라고 정의 내려왔던 관념이 와장창 깨져버린 연애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아프면, 기다리면, 맞춰주면, 그게 다 사랑이라고 믿었다. 상처를 허락하고 한없이 배려하고 나를 깎아서 퍼즐조각처럼 맞추려는 노력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이다. 지금껏 길고 짧았던 모든 연애보다 끊어내기가 어려웠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내 무의식은 분노와 원망으로 차 있는 상태에서 의식적으로는 그럴듯한 연극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내 일상의 평화와 충만함을 포기했던 결과였을까.

다시는 이런 연애를 하지 않.. 아니 못할 것 같다. 아마 내 순진함을 다 바친 마지막 연애로 기록될 것이다. 끌려다니는 것도 외면하고 아픈 것도 참아낸 채 피폐해져 가는 나를 하염없이 긍정하기만 했다. 도대체 지금도 내가 어떤 것에 그렇게 취했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사연을 풀어놓는다면 누구든지 그게 무슨 연애야? 할 정도로 바보 같은 나날들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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