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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11. 2024

진실한 사랑을 만나다(연애 에세이)

현재의 사랑과 현실의 사랑을 말하다

돌아보면 과거 내 연애는 엉망이었다. 동시 이르게 찾아온 축복이었다. 그때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엉망이 됐을지도 모르는 '이른 축복' 말이다.

비집고 들어가 보면 내 세계 안에선 찬란했지만
한 걸음만 떨어져 보아도 잘못된 선택 속에서 허우적 댄 이상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좋았던 장면도 분명 있었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상처는 새로운 눈을 뜨는 경험으로 남기도 했다. 어설프거나 어색하거나 낮은 수준의 소소한 무엇들이 나에게 엉겨 붙어 일상이 엉킨 채로 평화를 방해했다. 시간과 감정을 쏟는 인연을 선택하는 건 마치 숙명 같이 흘렀고 그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소중한 과정이 되었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는,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해도 되는 건지 도리어 불안하지 않아 불안을 찾게 되는 지경에 이른 경지가 지금의 내 연애이다. 이조차 시간이 흐르면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따윈 없을 정도로 평화롭다. 연애의 가벼움이 진짜 사랑으로 채워져 간다.


진짜가 무엇일까.


진짜 사랑이라는 것 또한 착각은 아닐까. 진심이 아닌 적은 없었으니 진심 넘어 진실이 진짜일 것이라 감히 정의해 본다. 지나간 과거가 뒤늦은 후회라서 단순하게 진실과 진실이 아님을 가르는 건 아니다. 성찰은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작동하는 양심이 성찰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진실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눠지는 온전한 교감만을 말한다. 오롯하게 지속할 서로의 사랑이 오직 진짜로 새겨질 뿐이다.

그럼 진행형만이
진짜인 걸까.


끝이 난 과거라서 진짜가 아니었다고 치부하는 걸까. 현재의 사랑은 그 정도로 나약한 각오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랑이 만약 끝나더라도 끝내 진실해야만이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 우리 사랑은 나약하지 않다. 견고하다. 강인하다. 촘촘하고 심중하다. 의지로써. 쉬이 스러질 감정과 추억을 관성처럼 쌓는 게 아니다. 진짜는 진짜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기에 진짜이다. 진실은 더 쪼개지지 않는다.


더 세심해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더 나은 남자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고 싶다. 마냥 착한 사람이 아니라, 시너지가 나는 기운과 센스를 보유해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이고 싶다. 지켜내고 싶다.


서로가 그은 보이지 않는 선의 경계가 허물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바람으로 되는 일이 아니란 것쯤은 몇 번의 이별로 깨달은 성숙함이다. 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언제든 안아줄 관계라면 사회적 계약으로 맺어지는 게 당장에 성급한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사랑이기에 현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실을 외면한 진실한 사랑은 성립할 수 없다. 현실과 진실한 사랑은 타협할 무엇이 아닌 같은 방향의 기로이다. 꿈을 꾸더라도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같이 아프고 견뎌낼 사랑이 진실에 가까운 사랑이다. 아니 그 자체로 곧 사랑이며 진실인 진리일 것이다. 세심함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간 살아온 나를 고집하기에 마찬가지인 하나뿐인 나만의 타인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내던져져도 그 빛이 함께일 때 더 발할 것이라 확신하는 것. 그게 내가 진짜라고 말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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