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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14. 2024

굳이 새로운, 모르는 사람을 가끔 만나야 하는 이유

낭만, 상상력, 상처 면역력, 성장 = 자아 찾기 = 나 자신을 위해

굳이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상처를 왜 받아야 할까. 좋은 사람만 만나도 인생이 짧은데?! 물음에 관한 생각. 

이건 이동영 작가의 사견일 뿐이지만, 엄지손가락이 그만 미끄러져 제목을 클릭해 버린 제 브런치 구독자라면, 조심스레 일독을 권합니다.

유니크라는 아이돌 그룹의 우즈 WOODZ(조승연)가 말하기를, 자신은 한 달에 한 번 친구들과 '굳이 데이'를 정해서 평소 안 해본 걸 '굳이' 해본답니다. 낭만을 찾아 귀찮음을 감수하는 나름의 방법이라고 하네요.

WOODZ 조승연
WOODZ 조승연

SF 소설 작품을 많이 낸 정세랑 작가는 독특한 상상력의 비결로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일을 해보자'라는 다짐을 꼽았습니다. 평소 안 먹어본 새로 나온 과자를 먹고, 평소 안 가본 길로 산책 경로를 바꿔본다거나 평소 안 읽영역의 책을 읽는 식으로 실천한다고 합니다.

tvN 유퀴즈 정세랑 작가
tvN 유퀴즈 정세랑 작가

가끔 모르는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이와 마찬가입니다. 낭만을 찾아 굳이 애를 쓰는 아이돌 멤버나, 상상력을 발현하기 위해 일상에서 낯선 도전을 하는 소설가와 같이. 좀 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에는 새로움에 기꺼이 나를 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정답 같은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이게 다 무의미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이겠지요. 잘 나가는 이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재미 삼아 끝까지 읽어본다면 하나로 귀결되는 지점이 있으니, 속는 셈 치고 글 제목과 서두에 던진 물음에 대해 잠시  시간을 가져본다면 좋겠습니다.




요즘 좋은 사람만 만나지 말고 모르는 사람도 가끔 만나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 속 신동엽 씨의 말이 유행처럼 번지더군요.

개그맨 신동엽

이는 사실 제가 오랫동안 늘 역설해 온 말입니다. 다만 제 영향력이 적었을 뿐이죠. 나이도 어린 저보다 신동엽 씨가 말할 때 좀 더 힘이 실리기도 할 테고요. 누가 먼저 했든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뇌과학적으로도 끼리끼리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분야, 다른 성향, 다른 그룹의 사람들과 굳이 관계 맺을 때 뇌 퇴화하지 않고 활성화다는 박문호 박사의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저는  독서모임을 하며 알았습니다. 나만의 고립된 세계로부터 벗어난 자의식 해체의 경험을 제대로 했던 일종의 사건이었죠. 굳이 군산에서 서울까지, 아침 일찍 출발해 주말에 새벽 막차 고속버스로 돌아오면서까지 한 달에 두 번 꼴로 수년 동안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결국 중간에 서울로 이사해서 계속 참여함.)


같은 책을 읽고 왔음에도, 같은 질문과 같은 문장에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그때 새삼 깨달았습니다. 처음에 제가 읽었던 책과 완전히 다른 책이 되는 경험은 짜릿했고요. 사람책을 읽는 경험 역시 뜨거웠습니다. 나와 다름을 존중하기도 하고, 내가 틀림을 인정하는 토론까지 넓고 깊은 수준의 사유로 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어.


간혹 넓고 얕은 지적 허영의 유치 찬란한 대화가 오갔 회차마저도 좋았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한동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임 이전과는 다른 질문들로 천착하곤 했으니까요.

성인이 되어 한 살이라도 적을 때, 한 번이라도 더 해보는 연애 경험이 소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데 끌리는 사람을 보며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연애 중에도 진정한 사랑을 지향해 보면 나와 맞는 사람을 보는 눈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https://brunch.co.kr/@dong02/1799

상처를 받으며 그걸 봉합해 가는 과정에서 내가 늘 반복하던 실수의 원천인 결핍을 깨달아 성장도 하고요. 그로 인해 어느 날 돌아보면 내가 감당한 만큼 성숙해진 나란 인간의 변화가 결코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충분함과 감사함, 미안함마저 진실로 알게 됩니다. 연애를 통한 성장통은 사소한 상처에 움츠러들지 않고 기꺼이 담담해질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처절하고 아름다운 아픔의 과정이니까요.


과정이 정직하기만 하다면 상처가 새겨질 때마다 회피하지 않고 직면·직시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법을 알게 되고, 내가 무얼 많이 소유해서가 아니라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마저 기꺼이 나누다 보면 그것으로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밑바닥까지도 관찰할 수가 있게 되지요. 또 내가 생각보다 좋은 면이 있구나. 그렇지 못한 면도 있구나 하며 문뜩 인정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살아가면서 도통 이해가 안 가는 ㄸㄹㅇ 같은 고문관 혹은 빌런형 인간이나 풀리지 않는 문제, 피하고만 싶은 사람과 사건을 헤치고 감당·수습해가면서 우리는 배우고 그렇게 성장하. 극적 성장의 계기는 이해못하는 것과 부딪쳤을 때 생기는 법이니까. 모르는 것에 기꺼이, 굳이 도전했을 때 성장도 가능해지는 거더라고요.

시도하지 않으면 머물게 됩니다. 굳이 내가 나서서 들이대거나 실행해보지 않으면 바뀌는 건 하나도 잖아.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니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움직이고 자꾸 시도해봐야 하고요. 우린 모두 지금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처지잖아요?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과 자연과 더불어 우리는 소멸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집중해야 소중한 살아있음을 오롯이 끼며 숨 쉴 수 있습니다. 일시정지나 일단 멈춤은 허용이 되지만, 고인 물처럼 정체해 버리면 이내 썩어 버리기 일쑤이고요.

BTS

사는 데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했대도 좋아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몰라도 나이가 몇이든 괜찮습니다. 때론 모든 걸 다 참고 견디지 않아도 괜찮고요. 어쩔 땐 내 잘못도 있고 아닌 것도 많지요. 사람보다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때도 있고요. 남 탓할 일도 있고 나를 진중하게 성찰할 일도 많습니다. 이때, 어느 한쪽에만 꽂혀 있으면 문제를 부풀려서 왜곡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그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그것을 위해 굳이 모르는 무엇에 기꺼이 나를 움직여 에너지를 쓰고 시너지를 내거나 소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누군가의 생의 목적이나 성공스토리를 꼭 따 필요도 없지요. 이 짧은 글조차 정답이나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 인생에서 다음의 것들이 우선순위라고 정한 거예요.

나와의 관계와 타자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 나는 무엇인지, 어떤 인간인지 정체성을 탐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나를 설명하는 이 직업이나 직책, 권위, 경력, 학력 같은 사회적 성과 따위가 아닌 그저 존재 자체로도 사랑스러운 것.

스스로 이 세상에 내가 아직 살아있음이 다행함을 느끼는 그 순간을 늘려보고요. 나와 외부세계에 나로서 끼칠 영향을 염두에 둬 보고, 잘못된 규정과 편견을 깨며 새롭게 시야를 넓혀 가는 것 등이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며 사는 . 제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림 이동영

가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사는 건 이러한 제 나름의 개똥철학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여기까지 읽은 고마운 당신이 쓱 흘려 잊어버려도 좋습니다. 뭐 이 페이지에서 벗어나는 순간 금세 잊게 되겠지만.


한 가지만 요점 정리를 하자면, 나 자신을 위해 새롭고 낯설고 모르는 걸 겪어 내기를 두려워 말라는 겁니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네, 이 글의 굳이 낯설고 모르는 경험(인간관계 포함)을 해야 하는 이유를 고 신해철 님의 노래 '민물 장어의 꿈' 마지막 노랫말 갈음하겠습니다.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신해철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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