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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un 19. 2024

'다독 다작 다상량'의 글쓰기 시대는 갔다

AI와 OTT시대, 새로운 글쓰기 금언이 필요한 2024년 이후

구양수 전신상_네이버 지식백과

다독, 다작, 다상량은 중국 송나라 시절 시인이자 정치가, 학자이던 구양수(歐陽脩, 1007년 ~ 1072년)의 글쓰기 금언이었다. 연구에 의하면 '다상량'은 많이 생각하라에서 그치는 의미가 아니라, 많이 '고쳐라'라는 의미에서 퇴고를 강조하는 것이 한다.

2024년 올해 들어, 글쓰기가 다독·다작·다상량에서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나는 본다. 다만 이건 기본 바탕에 깔린 거고.


'매니 인풋-어시스턴트 AI-매니 아웃풋'이라고 감히 고쳐 쓰고 싶다.(MO.AA.MO)


다시 말해,
'많은 콘텐츠 섭렵, 보조도구 AI 활용, 적절한 플랫폼에 발행.'

'인풋'이라 함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 이상의 개념이다. 이 시대엔 책뿐만 아니라 전 분야 콘텐츠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꼭 죽어서 남글을 써야 하는 미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현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공감·소통하는 미션의 글쓰기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럼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화두를 찾아 다양하게 섭렵하는 것이 '인풋'이겠다. 다독보다 취사선택 후 천착에 가깝다.

챗GPT4o에게 너를 인간화해서 이미지로 표현해줘 라고 한 결과물(이동영)

구양수가 살던 시절에 비해 효율적인 자료 섭렵이 가능해진 현재가 아닌가. '다독'이 귀했던 시절은 지났다. 보다 많은 정보 중에 정확한 정보, 인사이트(인문적으로 영감을 주거나 감흥을 주는)를 주는 콘텐츠를 찾는 것이 관건이 되었고 그중에서 제대로 된 것을 '취사선택'해서 제대로 읽기가 과연 이 시대에 필요한 글쓴이(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미션이라 나는 생각한다.

'다작'은 많이 써보는 것이라 했을 때 해답에 가깝지만 이 역시도 시대상에 맞게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저 많이 쓰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독자가 볼 만한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에 맞춰서 습작이 되어야 한다. 단행본 책일 수도 있지만 브런치스토리일 수도 있고, 뉴스레터일 수도 있으며, 시나리오 대본 글에 따른 OTT 영상 콘텐츠나 팟캐스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구양수가 살던 시대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실시간 발행과 수정이 가능한 이 시대에 몇 시 몇 분에 어떤 독자에게 어떤 핫한 주제로 공감을 줄지를 지금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 스테디셀러 주제도 좋지만 분초를 다투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때에 다작의 의미는 무엇일지도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 있겠다. 완성도 있는 글이자 독자에게 무엇을 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선행되는 습작과 발행물을 두루 일컫는 작이 되어야 하진 않을까.


또한 이제는 음성으로 말하여 대화하듯 받아쓰고 피드백해 주는 AI의 속도가 인간과 대화하는 속도와 흡사하여 글쓰기 전담 과외 선생님이자 비서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에 '다작'이 손으로 쓰는 행위 하나로만 볼 수도 없다.


하나 보태보자면 이제 '다상량'의 오해에 따른 것. 많이 고쳐보라는 다상량은 많이 헤아리고 추측하여 다듬는 것이니 역시 독자를 상정해 두는 일과 상통한다 하겠다.

또한 챗GPT와 같은 AI 보조도구가 우리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 현대에 이르러 다상량은 단순한 의미의 혼자 끙끙 앓는 퇴고가 더는 아니다. 실시간 독자 피드백을 비대면으로 인간에게 받을 수 있는 세상인 동시에 내가 쓴 글을 샘플 원고로 해서 다양한 프롬프트를 통해 고치고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4o에게 너를 인간화해서 중성적 이미지로 표현해줘 라고 한 결과물(이동영)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은 근본적으론 그 메커니즘이 같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잠들지도 않고 출력(Output) 속도가 인간보다 월등히 빠르다. 그럼 다상량은 많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롬프트를 꼬리를 물듯 활용해서 보태고 빼고, 따라 하더라도 적절히 변용하고(Paraphrasing) 비틀고 응용하여 고치고 다듬어 내는 것까지가 2024년 버전의 다상량이라 할 것이니.


다독-다작-다상량에서 인풋-보조 AI-아웃풋이라 하는 건 이 시점으로부터 무리가 아닐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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