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일 Vs. 좋아하는 일 중에 어떤 걸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내가 나가는 글쓰기 강의에서도 듣는다. 작가이고 프리랜서 강사이니까 겉보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이유일 것이다.
나는 첫 강연을 했을 때 전율을 느꼈다. 그게 내가 강사를 직업인으로 삼고 있는 첫 번째 계기이자 지속할 동력이 되어 주었다. 살다가 어느 순간 '이거다!'하는 전율이 일었다면 운명 아니 숙명일지도 모른다.
살아있음, 살아있어서 다행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당장은 아니라도 난 이걸 평생 할 것만 같다는 예감과 함께.
그 후엔 막연하게라도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다. MC를 자처했고, 가요제에 나갔고, 독서모임 주최·주관 및 진행을 했고, 아르바이트도 백화점 구두 매장부터 아웃렛 이벤트 매장까지 섭렵할 정도였으니까. 내게 가장 부족했던 무대공포증을 이겨나가기 위한 경험을 부단히 쌓았다. 어제의 나를 이겨내기 위해 오늘의 내가 감동할 때까지 노력했다.
나는 극 I(내향인) 성향이라, 남들 앞에 주목받고 나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신 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시간이 따로 없이 나머지 모든 시간에 혼자를 즐기며 충전한다. 그래야 축적한 내면의 에너지로무대에 섰을 때 청중을 압도할 아우라를 내뿜는다.
중요한 건 전율의 경험이 아닐까 한다. 첫 강연 무대에서 느낀 전율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청중 모두가 내 한마디에 눈을 반짝이고 메모하고 놓칠 새라 질문하는 모습에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연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막연한 확신감. 막연하게 나는 내 콘텐츠로 강의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감이 들었다.
이젠 조금씩 카메라 앞에 서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다행히도 견딜만한 고통이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건 실시간 리액션에 에너지가 나오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채팅창조차 없다면 오히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을 보고 하는 강의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카메라 너머의 사람을 보는 게 얼마 전까진 확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에 전율을 느꼈다면 잘하는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일이라도 발생할 '고통에도 기꺼이 견딜 일'에 도전하고 노력하자. 계속 저지르고 수습하는 지혜를 발휘하자. 그게 내 결론이었다.
내 40대엔 방송에 더 많이 나갈 예정이다.40대 중후반엔 지상파 라디오 DJ를 할 것이다. 또한 카메라 앞에 더 많이 설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동시에 가장 잘하는 일은 직접 내 콘텐츠로 실시간 소통하는 일이다. 카메라라는 고통을 견뎌야만이 그 너머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이젠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