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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소중해진다면

by 이동영 글쓰기

한글을 늦게 깨친 80대, 90대 어르신들이 빼곡하게 시를 쓰거나 편지를 쓰고, 일기장 가득 글로 채우는 걸 보며 나는 느낀다. 우리가 글을 못 쓰는 건 어쩌면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니라, 글쓰기라는 도구를 사용할 절실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에게도 낯선 관점과 써내려 갈 동기가 주어지면 용기와 의지를 낼 수가 있을 거라고.


최소한 이 글을 읽는 이라면, 편지를 못 쓰거나 매일 내 사유에 관한 기록을 하지 않는 이유가 한글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니까. 나는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로서도 글쓰기를 권장한다. 동기를 부여해 주는 역할이 내 직업적 사명이기도 하다.


이제. AI(인공지능) 시대인데 굳이? 글쓰기를 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Yes!라고 답할 것이다.


인간이 생산해 내는 콘텐츠가, 인공지능이 자료를 요약하고 맥락을 추정해 재생산해내는 근간이 될 테니까. 그걸 편집하고 추출하여 정리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지만, AI 툴을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도 좋은 퀄리티의 글을 인간이 멈추지 않고 생산하는 일이다. AI가 스스로 만든 자료를 학습해서 재생산하는 것보다 인간이 만든 자료를 학습해서 재생산해내는 편이 더 나은 결과물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AI 스스로 잉태하는 것을 막아야 인간은 AI를 통제하며 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의지해야 할 건 AI가 아니다. AI는 보조도구에 불과해야 하지, 인간이 기대는 신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제라도 자기표현을 위한 결핍을 예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질문의 계기가 되니까. 그 안에는 호기심과 저항심과 성찰이 가득할 거다. 이것이야말로 AI시대 인간다움이다. 꼭 글쓰기여야 하는가?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어떤 도구라도 좋다. 춤, 음악, 미술, 음성·영상 콘텐츠 발행 등등.


편집여 공유하는 모든 도구가 글쓰기와 다름없다 생각한다. 지금은 그 도구들 중에 글쓰기가 순위에 밀렸을 뿐 언젠가는 글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송길영 작가의 '호명사회' 핵심,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역설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의 핵심,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 모두, 한데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지금 당신이 프리랜서가 아니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틈틈이 쌓아두는 일을 부지런히 해두길 나는 권장한다. 결국엔, 자신의 이름만 남는 사회에서 우린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 혹은 글이면 된다.

둘 다 편집 역량이 필요하다. 영상 편집과 글쓰기, 아니 둘 중 하나만 잘하더라도 개인으로 살아남는 건 가능하다.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그걸 편집하는 주체는 인간인 '나'일 것이다.

발상하고 기획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건 AI 자동화로 전부 맡길 일이 아니다. AI를 최대한 활용한다 해도, 질문하고 편집하는 역량은 자기 몫으로 남는다.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핍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은 결국 결핍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그 결핍으로 개인을 구성하는 완성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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