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글쓰기 해봤더니..

평소보다 2시간 더 걸렸다.

by 이동영 글쓰기 쌤
(커버이미지는 우리 커플 사진을 챗GPT에서 지브리 스타일로 만든 것이다. 싱크로율 75%)

나는 내가 고민해 가며 스스로 글 쓰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다. 챗GPT가 초반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국내 출시됐을 때 초보자 대상 강의에서 '챗GPT 활용 글쓰기' 알려주기는 했지만 정작 내가 공개 글을 쓸 때 도움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이때만 해도 챗GPT는 교육현장에서 경계하거나 배제되는 대상이기도 했다. 정말 단 몇 년 만에 챗GPT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고, 이젠 활용법 기본교육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높아졌다.

http://kuen.korea.ac.kr/news/articleView.html?idxno=575

타 AI와의 경쟁, 자체 버전업을 거듭하면서 2023년 당시 보다 2025년 현재 훨씬 더 기능적으로 고도화되었다. 특히 챗GPT는 글쓰기보다 지브리 스타일 그림 도구로 쓰이거나 음성 상담, 사주 풀이 등이 유행하면서 대중에게는 더 각인되었다.


작가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외면하기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이 거대언어생성모델 이상의 대화형 멀티모달 도구를 안 쓰는 것이 이 시대의 창작자답지 못한 느낌마저 들 정도가 되었다. 갈수록 인공지능을 쓰지 않는 창작자와 잘 쓰는 창작자로 나뉘면서 쓰는 사람은 돋보이고 안 쓰면 뒤처지는 시대로 향해 가고 있다.


나는 3년째 KBS 라디오에서 글쓰기 코너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대본을 내가 직접 쓴다. 3회분 녹음을 3주에 한 번 꼴로 한다. 방송용으로 적합한지 정도를 라디오 작가님이 봐주시긴 하지만 대부분 그대로 방송에 오른다. 내가 마감일에 맞춰서 빠듯하게 보내기도 하고, 키워드 중심이 아니라 아예 토씨 하나까지 다 작성하기 때문에 내 대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시는 것 같다.


이번에 처음으로 챗GPT의 도움을 받아서
라디오 대본 3회 분량(A4 기준 약 17장 내외)을 작성했다. 1회 분량이 A4 기준으로 5~6장 정도이고 평균 약 15분 녹음을 해서 3회 총 45분가량을 한 번에 녹음한다.


3년 차가 되니 안 다룬 기본 주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중복되지 않는 글쓰기를 주제로 라디오에서 방송한다는 것, KBS 규정을 지키면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전에 했던 내용에서 업데이트된 버전(챗GPT 등의 발전으로)을 주제 삼아 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겹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머리를 쓴다. 또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장르는 내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조심스러워서 100여 회 방송 중 언급한 회차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여태껏 챗GPT가 주제 게 아니었다면 대본 안에 AI가 작성해 준 글을 옮긴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고정출연하는 글쓰기 코너 방송 120회가 막 넘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작성할 때는
4시간 정도가 소요됐는데,
AI의 도움을 받으니
6시간이 소요됐다.

오히려 2시간이 늘어난 것.


(작성 시 몰입도는 더 좋았다)


생산성은 높이는데 효율성은 시간 대비로 떨어진 것일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도움을 제대로 받아 활용한 것이다.


내 글쓰기 역량을 기르는 목적으로 AI를 활용한다면, AI로 글을 쓸 때 '복붙'을 하지 말아야 한다. 프롬프트 복붙을 경계하고, AI 답변을 무지성으로 복붙 하는 짓도 경계하자.

나는 첫 발상에 도움을 받고, 퇴고에 도움을 받았다. 1회부터 120회까지 내가 썼던 대본 주제를 나열하여 이걸 제외하고 글쓰기 주제거리를 던져 달라했다. 나와 그동안 나눈 대화 중 맥락을 조합하여 챗GPT가 생성한 좋은 문장도 간혹 건져 올린다. 출처 있는 인용을 제외하곤 외부 검색은 차단하여 부분적으로 옮기고 바꿔 적는다.

시간이 더 걸리는데도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생산성을 높이되 글쓰기 역량도 덩달아 기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AI가 작성해 준 것을 그대로 따라서만 하고 만다면 그 글 내 것이 되지 못한다. 다시 혼자 작성하라고 하면 절반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도하고 AI로는 보조만 받는다면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살피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가 있으므로 배움이 남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릴스 영상에 댓글 남기면 '프롬프트 복붙(복사 + 붙여넣기)' 할 수 있게 프롬프트를 DM으로 보내드릴게요가 판을 치고 있다. 몇 번 댓글을 달아보았더니 돌아온 건 자동화 명분으로 AI에 지배당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꼴을 목도하는 것 말곤 없었다.


프롬프트 복붙이라는 말보다 더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을까? 이 인간적인, 최소한의 생각하는 불편함마저 버린다면 얼마 있지 않아 아예 인간은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인류가 그쪽으로 사고하는 뇌 영역을 안 쓰고 AI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날이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될 것이다.


프롬프트를 생성해 주는 프롬프트마저 복붙 하는 지경에 이르면 얼마 못 가 AI에게 인간이 잠식당하는 특이점에 봉착하고 말 텐데. 진정 그것을 바라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편의적인 기술이 발달하고 정보를 비롯한 자원이 넘쳐흐를수록 인간은 불편한 경험과 결핍이 창작의 원천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의 문의:

Lhh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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