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맺는 이유

나의 쓸모를 객관화 한다는 것

by 이동영 글쓰기 쌤
인간관계는 감정만으로 맺어지지 않는다

관계는 좋아서도 맺지만 필요해서도 맺는다. 감정으로도 만나지만 욕망으로도 만난다. 넘쳐서 다가가기도 하고, 취약해서 다가가기도 한다. 그러니 새로운 인연이 시작될 땐 호감과 호의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나는 무엇이 필요했지?’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상대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가 얻을 수 있는 이익(내가 줄 것) 무엇일까?’를 놓치기 쉽다. 그렇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이기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어떤 쓸모로 존재할 수 있을까

더 다정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관계 안에서 나의 쓸모를 객관화할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다. 내게 결핍이 있듯이 상대에게도 결핍이 있다. 내가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듯,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 마음을 읽어내고, 타이밍에 맞춰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면 관계는 호감으로 이어진다. 긍정이 쌓이면서 신뢰가 쌓인다. 이때,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긍정과 예의상 건네는 긍정은 분명 다르다.


다시 안 볼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긍정할 것

서로 안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자연스럽다. 어쩌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감사한 것이지, 관계가 어려운 일이 전부 상대의 탓이거나 내 문제는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굳이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없는 사람,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따지거나 가르치려 들 것 없다.

고집스럽거나 왜곡된 관념을 가진 이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설득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상대가 틀릴 수도 있고, 단지 나와 다를 수도 있으니까. 좁혀지지 않는 가치관의 소유자를 마주했을 때 논리로 설득하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말고 상대가 듣고 싶은 말로 웃으며 긍정해 주고 조용히 멀어지다가 떠나면 된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여유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기분 좋음을 남기고 단호한 헤어짐을 고하자.


이상한 반응? 내가 예민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내가 예민한 걸까?’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진짜 문제는 상대일 수도 있다.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것도 곤란하지만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는 것도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냥 나와 맞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신이 나 대신 필터링해 준 순간이 왔을 때 운명을 역행하지 않기로 했다. 늘 이것만 기억하자.

'굳이 내 소중한 감정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에게서 남기고 배울 것이 반면교사뿐이라면, 그것으로도 딱 거기까지 좋은 인연이었다고 깔끔하게 정리하면 된다.


다정함과 거리두기, 그 사이의 성숙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날을 세울 필요도 없다. 가능하면 웃고 넘기자.

무례한 사람에게도 속으로 이렇게 말하면 된다.

'너는 너대로 살아. 나는 나대로 살아갈게.' 속으로 중어리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는 평생 그렇게 살아도, 나와는 무관한 사람이라고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성숙한 태도는 어른으로서 마주하는 많은 과제를 조금 더 부드럽게, 풀게 해준다.


우리는 참조하며 영향을 미쳐 연결되는 존재

인간은 누구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단지 나와 맞지 않을 뿐이라면, 억지 인연을 맺기 위해 괴로워할 필요 없다. 서로 맞출 여지가 없는 사람을 관계로 엮을 필요는 없다. 관계란 '빗장 관(關)'과 '맺을 계(係)'의 결합이다. 빗장은 열고 닫는 경계인 동시에, 연결의 상징이다. 즉, 관계는 나와 외부 세계 사이에 맺어진 연결고리다. 영어 단어 relation의 어원 relatum 역시 ‘서로 참조하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다’는 의미를 지닌다.

좋은 관계란, 서로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참조하며 연결된 상태다.


연결을 갈망하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본래 외로운 존재다. 연결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인간관계에 고민이 있다는 건 우리가 지금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노력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본성이 곧 연결에 대한 욕망이다.

외부 세계의 누군가가 나와 같은 취향을 지녔건 다른 생각으로 나를 확장시켜주건.

나는 관계를 통해 내 언어를 확장하고 사유를 확장하며 세계를 확장하고 삶을 누리고 싶어 하는 존재다.


우리는 관계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관계에 얽매여 나를 잃을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가치 있게 여기고, 나의 취약함과 결핍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나와의 관계가 단단하게 맺어질 것이다. 그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경계심 없이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게 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나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어마어마한 용기이자 지혜이다. 가면이 필요한 관계도 있고, 가면이 벗겨져도 묵묵히 곁에서 바라봐 주는 관계도 있다. 이 모두를 품고 살아가는 삶. 그 안에서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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