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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뒤집어엎었습니다

새로운 원고로 다시 시작합니다.

by 이동영 글쓰기

얼마 전 '책을 썼습니다-'라는 글을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죠. 계약했던 출판사에 원고를 발송하고 피드백을 기다리던 참에 쓴 글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dong02/2937

얼마 후,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맥주 한 잔 하며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메시지였습니다.


네, 싸했습니다. 아, 원고에 뭔가 문제가 있구나.


글쓰기 강사이고 책을 한두 권 써본 것도 아닌데, 이번 책 집필은 유독 괴로웠거든요. 이전 책으로 중쇄를 못 찍었던 탓이죠. 팔리지 않는 무명 에세이 저자의 확실해 보이지 않는 다음 책을 손해 봐 가며 출판 강행할 출판사는 없으니까요. 뒤집어엎자는 말씀을 해도 저는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출판사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글쓰기 강사라고 해서 글쓰기의 정답을 아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오히려 더 고민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글쓰기의 고통을 아는 사람이죠. 수강생 앞에서는 그 고민의 끝에 깔끔하게 정리를 해서 해답에 가깝게 내놓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사회적 역할 것입니다.(책 쓰기 강의를 안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답은 모른 채 이번 원고가 책이 될 수 없겠구나 하는 감으로 출판사 대표님을 마주했습니다. 역시 이 원고로는 안 되겠다는 피드백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안이 있었죠. 에세이 원고가 아닌 글쓰기 책으로 먼저 써보면 어떻겠냐 하는 제안이었습니다.


다행히 주신 의견은 오래전부터 자료를 모아두었던 거라 준비가 되어 있는 원고 기획이었습니다.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책을 쓸 기회 생긴 셈이죠.


네, 써보겠습니다. 쓰고 싶었던 기획이었어요.


이전에 넘긴 에세이 원고는 집필기간만 1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벽에 자주 부딪혔음에도 끝내 반려가 되었는데, 갈아엎고 가는 새로운 기획 방향은 제가 이미 써 놓은 것과 같아서 3개월 정도의 집필기간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원고를 쭉쭉 써나가고 있습니다. 책도 운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태어날 운이 아닌 친구는 경쟁에서 밀리고, 더 우수한 친구가 세상 빛을 보게 되는 거겠죠. 출산의 고통을 알 수는 없지만, 출간의 고통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제 내년 상반기 출간을 목표로 새로 쓰는 글쓰기 책 원고는 중쇄를 찍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구독자님들께서도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실패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워할 일이죠. 인생은 단번에 성공 아니면 실패를 하는 밸런스게임이 아니니까요. 실패를 성공한 끝에 성공의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지금 저는 제 땅을 갖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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