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책을 쓰는 일은 예사로운 일이죠. 근데 제목에 크게 책을 썼습니다-라고 새긴 이유는 분명합니다. 시쳇말로 책 쓰는 일이 너무 '빡셌기' 때문인데요. 1차 원고를 출판사에 전달했지만, 다시 읽어 보니 여전히 고칠 것 투성인 데다 내용도 보완해야 할 것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바로 인쇄에 들어갈 수 있는 '완전원고'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긴 썼는데, 완전히 다 쓰진 못한 것이죠.
저는 글쓰기 강의를 하는 작가입니다. 글쓰기를 가르치지만 책 쓰기는 어려워합니다. 이게 차이가 엄청 큰 문제거든요. 책이라는 건 시장에 내놓고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목차를 기획해서 콘셉트에 맞게 구성한 것으로 독자를 사로잡지 않으면 출판사에서는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드는 비용(2천만 원 이상)을 손해 보는 거니까요. 계약까지 해서 판매해 보겠다고 쓴 원고가 1년 넘게 중쇄를 찍지 못했을 때 오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책을 썼다는 걸 티 내려고 하는 겁니다. 제 책 좀 관심 가져주세요! 하고요. 뮤지컬 배우 김호영 씨가 그러더군요. 우는 아기에게 젖을 주는 법이라고요. 나 여기 있어요 하고 티를 자꾸 내야만이 나를 써준다는 겁니다. 책도 마찬가지겠죠. 하루에도 수백 권씩 태어나는 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책을 쓴 사람이 저자로서 어느 정도 활약을 해야 하는 겁니다.
요즘 배우들이 그렇잖아요. 전에는 고상한 느낌으로 신비주의를 택했었다면 요즘은 유튜브 예능 채널에 나와 농담 따먹기를 하며 중간중간 영화 이름과 많이 봐달라는 강조멘트를 꼭 덧붙입니다. 고상이고 뭐고, 일단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렇다고 배우가 당장 굶어 죽기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저는 작가로서 책이 안 팔리면 굶어 죽을 수도 있거든요. 다행히 강의라는 재능이 빛을 발하는 덕에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건 순전히 제가 사랑하는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 선택한 직업에 불과합니다.
저는 언제고 강의보다는 글만 쓰고 사는 게 꿈이거든요. 하지만 제 실력이 아직 그 정도가 아니라는 걸 객관적으로 알기 때문에 글쓰기 강의를 멈출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도 관련한 일을 한다는 건 행운이죠. 책을 쓰면서 틈틈이 강의를 하는 건데,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책을 쓰게 되는 것이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순서야 어찌 됐든 제가 독자 여러분께 호소하고 싶은 건, '제 강의 좀 들어주십시오'가 아니라, "제 책 좀 서점이나 책방에서 사주십시오."입니다. 아니 무조건 사라는 건 아닙니다. 가까운 도서관에 신청해 두고 빌려 보셔도 됩니다. 빌려 봤는데 소장할 만하다 하면 사주셔도 좋고요.
세상에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 책까지 돈 주고 구매하라는 부탁은 감히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도서관에서라도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참, 제 다음 책은 내년 상반기, 그러니까 2026년 봄 여름 즈음 해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이 미뤄졌는데요. 주제는 '다정함'에 대한 거라서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책을 썼습니다. 서점이나 책방에서 발견한다면 반가워해 주세요.
책 완전원고를 마감하면, 브런치도 앞으로 더 자주 올리겠습니다. 구독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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