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최선을 연재하세요. 자기 실력껏. 부족한 실력 인정하시고.
완벽한 준비? 그런 게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이 아닌 인간이요. 전지전능한 신도 온갖 변수를 수습하고 감당하실 텐데 한낱 인간이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오만 아닐까요? 적어도 글쓰기에서는 그렇습니다. 완벽한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타와 오류, 어설픔과 부족함이 인간적인 매력이기도 하니까요. 심지어 AI도 완벽하지 못하죠. 애초에 인간을 따라 만든 거라서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뭘 그리 브런치에
글 올리는 걸
망설이고만 계시나요?
망설이는 것까진 좋은데, 끝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죠. 그건 자기 글쓰기 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셰익스피어의 비극 같은 희대의 역작을 내려고 하나요?
지금은 자신의 최선으로 쓰세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이유가 있지 않았나요? 나 이제 브런치 작가 타이틀 달고 글쓰기 좀 제대로 해 볼 거다. 누구누구 작가처럼, 또 이동영 작가처럼 무근본으로 글 쓰던 사람도 책을 브런치에서만 3권 출판사 계약해서 냈는데,
나도 책 한 권은 낼 수 있겠다 싶어서 브런치 시작한 거 아니었나요? 블로그나 일기장처럼 쓰려고 브런치 작가 심사까지 통과한 거 아니잖아요. 혹시 얼떨결에 한 번에 통과해서 너무 만만했나요? 몇 번 탈락했다 합격해서 더 망설여지시나요?
그냥 쓰세요. '임시저장'부터 시작하세요. 육필로 쓰고 옮기든 한글이나 워드 프로그램에 저장하고 옮기든 일단 쓰세요. 작가 심사받을 때 다 대략의 목차, 집필 계획 올리셨잖아요. 완벽하게 써도 막상 출간되면 많이 바뀔 거예요. 또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고요.
처음부터 완벽한 연재는 희박한 확률입니다. 로또 1등이 될 거란 희망으로 로또 복권을 구입하지만 사실은 완벽한 로또 1등의 준비 같은 건 없습니다. 굳이 따져 보자면 운이겠죠. 그럼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세요. 브런치 글쓰기는 즉흥적으로 올려서 평가받는 SNS가 아니라 책을 출간하기 위해 연재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럼 꾸준히 임시저장을 하고 퇴고하고 거듭 퇴고해서 완성도를 높여 가야죠. 다만 발행을 해야 별도 따지 않겠어요? 브런치북도 만들어 보고요. 매거진으로 카테고리도 묶어 보고요
어느 순간엔 이 정도가 지금 내 글쓰기 실력·책 기획력의 최선이구나 하고 퇴고를 그치고 공개 발행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퇴고는 적절한 포기예요. 그렇게 발행 후에 독자 피드백이 오거나 출판사 제안이 들어오면 운이 좋은 거고요. 아니면 뭐가 문제인지 시간을 투자해서 따져 봐야겠죠. 브런치 작가가 출간한 책도 사서 읽어 보고요. 언젠가 책을 쓰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브런치는 굳이 지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근데, 책 출간 작가가 되겠다며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제대로 된 노력을 하고는 있나요?
네, 일단 글을 꾸준히 쓰고 고친 다음에, 올리시라는 겁니다. 올려서 세상에 내놓으시면 무반응인 내 글에 좌절할 수도 있고 의외로 보상처럼 메인에 노출될 수도 있어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그냥 정진하세요. 되든 되지 않든 계속 고치고 다듬으세요. 반응이 없다고요? 최소 3년은 꾸준히 해봐야죠. 모든 일이 그래요. 책 쓰기만 유일하게 만만한 일이 아닌 거 아시잖아요. 작가만 쉬운 직업 아닌 거 아시잖아요. 저도 브런치 시작 후 3년 만에 출판사 계약 제안이 들어왔어요. '브런치를 통해서.' 제가 3년 만에 했으면 그보다 기간이 덜 소요될 수도 있어요.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반대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다 해봐야 알죠. 부딪쳐 봐야 된다 안 된다도 말하는 거죠. 아직 끝까지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이제라도 브런치 '작가'답게 글을 내보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허용하세요. 모든 비판에 동의하라는 게 아닙니다. 출판사와 독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객관화를 수시로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걸 해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 감각을 기를 시도조차 안 하면 1년 또 금세 지나갑니다. 그냥 브런치 가입자와 다를 게 없는 거예요.
어차피 출판계약을 하고 나서 원고를 완성할 때는 브런치에 연재한 그대로 출간되지도 않습니다. 또 트렌드에 맞게 혹은 저자의 강점에 맞게 기획 단계부터 전면 수정 재검토될 수도 있고요. 책 표지 디자인, 내지 디자인, 온라인 서점 상세페이지까지 다 내 원고 이상의 수준으로 꾸며질 겁니다. 목차나 원고도 다듬어질 거고요. 출판사가 망하거나 자기 원고가 부실해서 뒤엎어질 수도 있어요. 그게 끝일까요? 아니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남은 평생, 카카오 브런치가 문 닫는 그날까지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문 닫아도 내 원고는 남겠죠. 메일로 정성껏 출판사에 맞춰 원고 투고를 50군데 이상 하면 되잖아요? 그게 글쓰기니까요. 그게 출간을 염두에 두는 작가의 삶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출간이라는 걸 할 땐 브런치에 올린 그대로 진행될 수가 없어요. 고치게 돼요. 결국. 그러니까 썼다면 퇴고해서 나름의 마감을 정하고 마감기한에 맞춰 올리세요. 내 최선을 인정하라는 말은 내 한계를 인정하라는 겁니다. 브런치 작가 진작에 되신 분들, 작가의 서랍이든 메모장앱이든 PC든, 임시저장한 글 있을 거잖아요. 아직 없다면 게으른 거고요. 작가라는 타이틀의 무게에 맞게는 살아야죠.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 하나가 목적이었나요. 겨우? 책 내고 글 쓰며 독자에게 좋은 영향을 남기는 한 명의 작가로 살아가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었나요? 이 정도 무게감도 없이 재미로 브런치 작가에 통과했다면 이 글하고는 무관한 사람입니다. 허울뿐인 브런치 작가를 위한 글은 아니에요. 가능성 있고 꿈 있는 분에게 드리는 희망입니다.
전업작가로 살기 위해 브런치 작가 도전한 거 아니잖아요. 그랬다면 어서 현실로 돌아오시고요. (물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능) 신춘문예에 등단하고 큰 문학상에서 수상해도 전업작가로만 먹고살기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인데요. 브런치 작가는 통과한다고 상금도 안 주고 스포트라이트도 안 비춰줘요.
생각해 보면, 내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작가로도 살아가기 위해서 작가 심사에 통과하고, 출간 작가 연재 플랫폼인 브런치에 입성하여 내 브런치 계정을 임대받아 운영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키워야죠. 관리해야죠. 글 써야죠. 다듬어야죠. 발행해야죠. 피드백 감수해야죠. 수정 보완 해야죠. 통계 분석 해야죠. 출판사와 독자 입장에서도 내 연재 글을 바라봐야죠. 내 작가 퍼스널리티도 점검해 봐야죠.
네, 이건 10년 넘게 브런치 작가를 하고 있는 한 작가의 당신을 저격하는 동기부여 글입니다.
하세요. 시작.
퇴고 후 발행, 출간을 위해 지금.
늦어도 오늘.
브런치에서 맺은 출판사 인연으로 4월 28일 출간한 이동영 작가 책 «청소년 글쓰기 100문 100답» 현재 정식 출간 즉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20위 대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