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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Oct 19. 2016

출근길 도시락 찬가

직장인 여러분 화이팅

레알 내 도시락 가방 출근길에 찍음
어제와 같이 출근한다.
도시락 가방 하나 들고.


무엇을 가지고 그 공간을 드나드느냐가 상징하는 바는 크다. 병문안을 갈 때에는 쥬스상자나 과일바구니를 들고, 학교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는 두둑한 봉투를(?)..드는 건 아니고...

그저 웃지요


(이런 농은 김영란 선생님께 송구)

 

어쨌든 나에게 출퇴근의 반복은 도시락이 의미하는 바, 연명 즉, '생존'의 의미와도 같다. 서류가방이 필요가 없는 온라인 미디어 기반의 업무를 하고 있어서,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무겁다.

그렇게 나는 출근의 압박에 대항하며 서류가방 대신 도시락가방을 앞으로 뒤로 힘차게 들고 다니는 것이다.


저 가방 속 어둠에 있다가 오늘 점심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될 메뉴는 다음과 같다.

명태의 알인 명란젓을 볼 때마다 모든 걸 희생하는 명태에 대하여 쳐묵쳐묵 인간으로서의 숭고함을 느낀다

쫄깃하게 씹히며 혀끝에서 알알이 터지는 분홍과 빨강의 경계선 명란젓갈, 바삭바삭한 대천김, 참치 캔 통조림에서 갓 덜어낸 참치, 이들과의 최고의 궁합이며 반찬칸 하나를 다 차지한 마요네즈이다. 얼마전 구입한 뚜비뚜밥 오뚜기밥은 예전 모델이라 몇 백원 더 저렴한데, 신제품 2분이 아닌 2분 30초를 돌려야 한다. 헌데 유통기한 지장없고 맛있으면 그만이다. 30초로 몇백원을 어디에서 벌 수 있으랴.

네이버에서 '직장인'을 쳐보면 하나같이 우울하다. 그나마 활기(?)차 보이는 외국인 사진.

계속 글을 쓰겠다는 꿈을 이루어주는 곳. 월급만 꼬박꼬박 나와도 그 기반의 역할은 충분히 해주는 곳. 점심시간이 11시 반부터 1시까지인게 자랑인 곳이 도시락을 오픈할 내가 소속된 회사이다.

한잔 주거니 받거니 이밤이 가는구나~~(서울의 달)

도시樂, 군산 촌놈이 올라온 도시 서울생활의 유일한 즐거움(樂)이다. 요리를 직접 한다는 건 살아서 대충 먹지 않겠다는 거다. 최소한 자기답게 먹고 살겠다는 거다. 더불어 좀 더 저렴하게 먹어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사실 햇반 몇 백원이 아니라, 내 고향 군산에 이런 회사가 있었다면 월세를 훨씬 절약했겠지만 하는 아쉬움은 오늘 도시락에 딸린 옵션이다. 아니 적어도 지금은 순응해야 할 운명의 메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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