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Oct 21. 2016

내 언젠가의 유서

거듭난다는 것에 대하여

우울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
행복하지 않아서 죽는 것도 아니다.

인생이란 걸 이해하지 못해서 죽는다.  

사회 속에서 이런 인생을 살 바에야
죽겠다고 다짐해서 죽는다.

삶이 선택적이지 못한 원죄같은 것이라면
죽음은 선택하는 범죄가 될 것인가

죽고싶다가 아니라,
죽어야 한다.(다시 태어나지 못할 걸 알기에 더욱 그렇다)

삶을 버티기만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지 않는가.
궁극적으로 삶의 본질은 고통에 있다고 믿고
여태껏 그럭저럭 '버티기 위해서' 환상을 사며 삶을 지내왔다.

이젠 살 여력이 없다. 나도 팔아야 남는 게 생긴다.
환상을 파는 것이 아니면 현실에선 살아남을 수도 없다.

누가 그 환상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일 뿐
환상은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잣대는 무가치하다.

나는 죽는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쓴 수많은 유서를 갈음할 이 글에서만큼은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나 개인조차도.


사람이 아니라 삶이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회가 원망스럽다면 그렇다.

나는 부적응자인가?

순응하지 않는 자로서 세상을 바꾸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순응하고 방향치의 삶을 살다 간다.

이 주저리의 끝은
내가 눈을 감고서
뜨지 않는 그 순간이 아니라,

이 글에 공감하는 어떤 개인들이
극복이나 버팀이 아닌 삶을 삶으로서 짊어지고 가는
이름처럼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그 자체로서 맺어지리라.

나는 죽는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안 사는 게 아니라 못 살겠다.

아는가? 말하고 나면 한결 안심이 된다.
난 인간답게 선택하고 싶다.

그게 죽음이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라고 쓰고 발행을 눌렀는데

전에 내가 쓴 글을 캘리그라피로 써서 #와니쓰다 라는 해시태그를 쓰는 인스타 유저가 태그해주었다.


그 글에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삶,

그거면 됐다

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