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글쓰기는 (고통을 유예시켜주는)진통제와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지난 <나에게 하는 말>북콘서트에서 였다.
작가님은 글을 쓰시면서
힐링이 되고 그런 게 있으신가요?
- 저에게 글을 쓰는 건 진통제를 먹는 것과 같아요. 진통제는 고통을 유예시켜서 일정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작용을 하잖아요. 저에게 글쓰기란 그런거예요.
오늘 문득 든 생각.
정작 내가 쓰는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내 글은 안 먹어도 그만인(다른 활동으로 채움이 가능한)비타민 같은 영양제가 되길 바랐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내 글을 읽는 그들에게도 고통을 유예시켜 시간이 지나면 경감되는 진통제 같은 글이 필요했을지 모르는데.
시간이 필요한 상처에 대한 심리적 고통에는 책을 읽는 것이 실제로 그 압박을 완화시켜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것이지만 글을 쓰는 작가로서 어떤 책을 읽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얼마전부터 나는 책선물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책구입도 마찬가지다. 직접 읽어보지 않고서 그 작가의 글에 대한 감흥이 없는 대상에게 추천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책을 산다는 건 업무상이 아니고서야 내 인생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내 책도 누군가에겐 함부로 전해질 지 모른다.
욕심이 있다면 그런 경우에조차 의외로 진통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