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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24. 2017

삶은 달걀이 아니다.

서른이 달걀한판인 건 단지 우연이리라.

달걀 값은 치솟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걀을 사먹는 나같은 가난한 인간이 있다. 금달걀을 사먹어도 가난한 건 가난한 것이다. 분수를 모르고 달걀을 사먹느냐 하는데, 분수라는 건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내일 당장 가난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세상이 올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많은 것만 좇으면 잘 사는 인생이 되는 건 또 아니지 않는가.(달걀을 워낙 좋아해서 먹지만 요즘은 운동하느라 챙겨먹는다.)


제목에 말장난을 하기 위해 두서없이 시작했지만 오늘 내가 쓰고 싶은 짧은 글은 이것이다.


삶은 무엇일까


이 질문으로 먹고 사는 철학자들이 있는데, 겨우 브런치 한 포스팅에 짧디 짧은 생각을 담은 글로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만은, 질문은 시작이 중요하다. 그래야 작은 물음이 유의미한 탐구가 될테니까.


삶은 무엇일까? 평생 나는 누구일까를 찾는 과정일테다. 왜 이 고통을 전제하는 삶이 나에게 주어졌을까. 이게 무슨 신의 저주 내지는 장난이지, 축복이나 선물이라 할 수 있는가?

그래.

삶은 선택하지 못하였으니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선택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는 선택의 당위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나에겐 이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오직 단 하나 진리의 문장이 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역시 어떤 개념의 정의를 내릴 때는 그에 반대되는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곧 어떻게 산 것으로 남을 것이냐와 같다.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게 타의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두번째는 기억에 남지만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그만큼의 생에서 세상은 그 삶을 기린다. 그러니 가장 주요한 관점은 사람들에게는 영광스럽게 살아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것과 사람들에게 잊힌 상태로 살아 연명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있는 일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살아내는 선택의 문제로 이어진다. 예술적인 삶은 질문을 던지는 삶이다. 화두가 되어야 한다. 흐지부지 생을 마감하지 않고 좀 더 치밀하고 치열하게, 좀 더 독하게, 좀 더  목표중심적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물론 내 생각이다.)


요즘 만 나이로도 달걀 한 판이 넘어버리는 새해가 찾아오니

가끔 어디까지가 내 합리적 판단이고
어디까지가 심리적 합리화인지
모를 때가 있다.


스스로 선다는 이립에 어머니와의 통화중 따가운 충고라도 들으면 몸서리가 난다. 내 행복이 전부 착각이니 마음을 비워야 하는지, 본래 행복은 착각에서 기인하는 것이니 채워진 마음을 즐기면 되는 것인지.


YOLO 라이프로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겨야 하는 것인지,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서 나중을 위해
차근차근 아끼고 절제해야 하는지.

우리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강연을 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보기'를 객관식화하여 정답에 가까운 것을 정하고 '멘토'나 롤모델로 삼아 그 길을 이상적으로 참고하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야 시행착오를 '덜'할 수 있다고 믿고, 그래야 행복해보이는 삶, 그 표준에 조금더 보편적으로 맞춰진 삶을 살아서 듣기 싫은 소리를 '덜' 들을 거라고 믿는 것. 사실 될대로 되라보다는 체계적이고 그 근처까지라도 도달하면 뭐라도 성취하긴 할 것이다. 적어도 그것이 내 인생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 좋은 삶일까?

내 삶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일까?


삶은 어느 날 갑자기 기구한 사연에 값이 오르는 달걀처럼 보일지라도 '어느날 갑자기'란 사실 이 세상에 없으므로 서른살의 사춘기를 겪는다면 초기 대응을 잘해서 잘 살아야 한다. 인생의 맺음은 그것의 완성으로서 잘 죽어야(well-dying)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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