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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30. 2017

깊은 관계를 경계하다

soso한 인연으로

브런치에 몇 번이나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근데 이 말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게 되면 나는 취업도 막히고, 혼삿길도 막힐 거 같은 위기감과 자괴감에 변(辨)을 늘어놓으려 한다.


정확하게는 관심을 넘어 관여하게 되거나 기대를 넘어 (의존을)당연시하게 되는 이른바 '깊은 관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의 고유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는 적당한 거리가 제일 좋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지를 계산하게 되고(사랑에 빠질 때 조차),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호간 이용하는 도구가 되기 쉬우며, 관계가 깊어질수록 의리를 빙자한 비즈니스 관계로 뻗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이건 속물이 아니라, 대부분의 현실이다.)그것이 아니라면 깊은 관계는 귀찮고 피곤한 것을 제외하고 나쁠 것이 없다.

더 보태자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싫어한다-와 같은 말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궤변같지만, so-so(그저 그렇다)라는 것이 있다. 하다못해 고객 만족도조사를 해도 매우 불만족-불만족-보통-만족-매우만족 이라고 하지 않나. 심리검사에서도 좋다-그저 그렇다-싫다 라는 항목이 존재한다.


깊은 관계는 아니다 할지라도 맺은 인연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수많은 인연들 중에서는 나에게 되레 상처를 받은 이들도 있을 터이고, 생각보다 나를 좋은 기억 속에 각인시켜놓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의 잭팟은 그러한 상호간의 교류 속에서 누구로부터 혹은 누구에게 어떻게 터질 지 모를 일이다. 깊어지는 것을 경계하되 결코 존재와 닿은 인연을 무시하진 않는다.


그렇게 살아왔다- 고 양심적으로 자부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만 서른 살이 넘고서 그렇게 살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자부한다.


사실 그래야 나도 덜 외롭고, 세상을 덜 외롭게 만드는데 1도의 온도를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가족에 대해서도 그런 so-so한 관계유지가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관심과 관여는 매우 큰 차이이고, 개인의 자유의지는 죽음까지도 자신의 몫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사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깊은 관계를 맺어서 그들에게 괜한 자책감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naver.me/Ginbk7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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