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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12. 2017

작가가 올리는 글의 진실성

상상이 반이다.

이별글귀를 쓸 때 이별한 상태이고

설렌다는 마음을 표현한 글을 쓸 때 연애중인 상태라면 저는 하루에도 수십번 바람을 피는 천하의 바람둥이일 겁니다.


작가가 올리는 '이야기'의 반은 상상을 토대로 이뤄집니다. 극적인 요소를 가미시키는 것이죠.

모든 작가가 그런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저 역시도 늘 극적인 요소를 가미시키진 않습니다.

이야기가 아니라, 짤막한 아포리즘 형식의 글귀를 올릴 때면 순수한 발상이 정리된 것인데요. 여기엔 극적인 요소라기보다 예를 들어 첫 발상이 양말로 시작해서 글은 사랑으로 마무리 될 때가 많습니다. 꼭 지금 경험중인 이야기로만 100% 쓰는 건 아니란 소리죠.


예전에 만난 몇몇 연인이나 지인들로부터 오해를 이따금씩 받곤 했습니다. 꼭 그들 자신의 이야기, 자신과의 이야기를 쓴 것 같다구요. 근데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 않을 순 없으나 그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법도 거의 없다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글을 즉흥으로 쓸 때 마저도 넘쳐나야 쓰거든요. 제 몸 어딘가에는 저의 글쓰기를 관장하는 전문기관이 하나 있습니다. PC의 폴더 노릇을 하는 것은 수백개의 커다란 비커를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흔들면 출렁이는 액체와 같은 영감들이 같은 주제 안에서 퐁당 들어오면 매순간 넘실댑니다. 자면서 꿈꿀 때 마저도 쉬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잠에서 깨어나 출근하기 직전이거나 누군가와 집중해서 대화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하는 메모하기 곤란한 순간에 영감이 차고 넘칩니다. 차고 넘칠 땐 글이 됩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씀드리자면 말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건 다음 문제지요. 평상시엔 무의식의 주제로 담은 영감이 한 비커에 단 한방울 때문에 넘치거나 고요하거나 할 뿐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취할 태도는 작가를 잊는 것입니다. 잊어버리세요. 글 밖에 사람인 작가가 아니라, 글 안에 있는 화자로서 글을 바라봐 주시면 순수한 글 읽기가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독자의 자유영역이지만, 이동영 이라는 작가를 의식하는 순간 글로써 펼쳐지는 이야기의 세계는 이동영 이라는 작가의 이미지를 재창조해 각인시키는 독자 나름의 착각 속으로 달리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걸 작가로서는 막을 도리도 없고 그렇다고 그러지 말라며 강요하는 것도 글쓰는 입장에서 적절치 않은 태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 글을 읽고서 저를 직접 만나는 독자들 중 대부분은 저의 페르소나이자 상상의 화자를 모두 저로 감정이입하여 실제 저를 보고는 (기대한 만큼)실망을 금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작가란
(현실에 없는 이야기의 세계를 창조하는)
공인된 거짓말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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