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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3. 2017

에세이 책 한 권을 낸다는 것

번외) 서른 살의 사춘기 연재 중

  사실 내가 주목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다.


요즘처럼 책은 넘치고 구입독자는 많이 없는 세상에서는 이렇다 할 특별한 이력도 없이 에세이 책 한 권 냈다고 크게 알아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신춘문예 등으로 작가등단을 하지도 않았고, 이전에 출간된 책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없으며(1쇄 완판은 됨), 언론에 작가로서 노출된 적도 한 번 없고, 그 흔한(?) 명문 학교 출신도 아닌데다, 문학, 문예창작과 관련하여 교육기관으로부터 학습해본 적도 없고, 불치병을 이겨낸 적도 없으며, 외모가 출중한데 글까지 잘 쓴다거나하는 반전매력의 소유자는 개뿔이고,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 치우고 세계여행을 하지도 않았으므로-그러하다(이렇게 늘어놓으니 나도 참 자랑이다- 지금 되게 당당해 보임).


게다가 몇 만여 명이 좋아요를 삽시간에누르는 정말 흔한 SNS스타도 아니니, 나는 소위 ‘듣보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개 글쟁이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편집자로부터 ‘팔리겠다’ 싶은 촉이 오는 대중적인 글을 섹시하게 쓰는 작가도 지금으로썬 피드백을 보면 아닌 것 같다. 여하간 공개석상에서 극적일만한 요소가 이렇게나 부족한 이름없는(무명의) 닝겐주제에 자칭 작가라며 또 책을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한 권의 에세이가 세상에 나와 지금 당신의 두 손에 받들어 읽혀지고 있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상한 용기를 낸 것만은 부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이는 존재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지점이다. 책은 출간된 순간이 아니라,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처음 읽히는 순간부터 작품으로 탄생한다. 나에게 유일한 무기라면 무모한 용기를 기반으로 한 그야말로 무식한 꾸준함인데,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하면 인정받게 된다고 믿는다. 부모님은 늘 이렇게 말씀했다.


뭐시든 뭘허든 간에 꾸준히 계속하는 놈이 선수인 것이여


여기에서 선수란 그 분야의 전문가 수준으로 아주 잘 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속도는 좀 느리고 서투를지 몰라도 서두르진 않겠노라고 주먹 쥐고 허리 펴고 다짐해본다. 그렇다고 꼭 아주 잘 하게 되는 것만이 성공의 정의가 아니며, 인생의 결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결단이 섰을 때부터 포기하지 않는 부단한 노력이니까. 재능 없는 열정의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퍽 가난해질 지도 모른다. 어쩌면 요 따위 잉여재능으로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공허한 외침이 비수, 아니 도깨비 공유의 가슴팍에 꽂힌 검처럼 현실로서 되돌아와 아프게 꽂힐 것도 익히 알고 있다(이미 그러고 있으니까).


근데 나는 글 쓰는 걸
취미 수준에서 결코 그치고 싶지 않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월세 내고 통신비 내고 만나고 싶은 사람 한 달에 한 두 번 만나서 커피 한 잔 하고, 매일 두 끼 이상 챙겨먹을 수만 있다면 괜찮은 내 삶 아닌가?(으흠, 安分知足) 삶이란, 제 고유의 영역이다. 내 삶의 선수는 나다. 계속 꾸준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주어진다. 평생 동안 우리 인생의 테마는 ‘나는 누구인가’를 깨닫는 데에 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을 꿈으로 삼고 그 고단한 여정 속에서 나 자신과 매일같이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성공한 삶이고, 행운아라고 자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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