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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Feb 25. 2017

일 년전 경험담

핸드풘 있쒀여?

지하철역 안 벤치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손엔 책이 들려있었고, 나는 그 책을 막 펼칠 참이었다. 열차의 위치는 4정거장 쯤 전이었다. 책표지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외국인 두 명이 찾아온 것. 한 명은 키가 크고 배낭을 맸고, 예쁜 커리어를 끌고 있던 백인남성이었으며, 한 명은 한국이 매우 낯선 동남아 여성으로 보였다. 백인남성이 서툰 한국말이지만 또박또박 말을 걸어왔다.

"핸드풘 쫌 빌륄수 있어여? 엄마 전화해야돼"

누가 그랬던가 한국에선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은 되레 도움을 못받는다고. ('핸드폰'은 수준급 한국말?이다.)

나는 책을 펼치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이 없어서.."
/"핸드풘이 없쒀?엄쒀여?"
(끄덕끄덕)

그들은 잠시후 내 옆자리에 핸드풘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저씨 한 분께 똑같은 작업(?)을 했다. 나는 열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주위를 맴도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주머니 속 핸드풘을 꺼내지 못한 채 책을 읽어야만 했다.  

그 아저씨는 "놉"하는 제스츄어와 함께 허겁지겁 짐과 핸드풘을 챙겨 스크린도어 앞에 섰다.

사실 편견을 가지면 안되지만 왠지 의심스러웠다. 꼭 의심스럽지 않아도 내 핸드풘을 누가 빌려가는 건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만약 당신 앞에 낯선 외국인 두명, 백인과 동남아 여성이 함께 찾아와 핸드풘을 빌려달라고 요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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