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노래
어제 비오는 날을 주제로 글을 쓰려던 참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눈이 무거워졌다. 매일 퇴근 후 출근하는 단골카페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꿈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날씨예보 하나 본 적없이 비오는 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느새 새벽을 지나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오늘이다. 어제 글을 미리 올렸다면 이 글이 검색에 좀 더 노출되고 분위기를 타진 않았을까? 생각하다가도 별 거 아닌 주저리 글이니 넘어가도록 한다.
나는 비오는 날에 눈물이 난다. 유치하지만 늘 그랬다. 요즘은 조금 메말랐지만 딱 5초면 충분하다. 비오는 날이면 도깨비처럼 눈물이 난다. 눈이 아니면 마음이라도 금세 젖어버린다. 누가 원조 감성작가 아니랠까봐...
메모장 어플에 '비'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전에 적어두었던 글을 옮겨본다.
비오는 날이 감성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1. 온다
2. 맺힌다
3. 떨어진다
4. 두드린다
5. 소란스럽다
6. 흐려진다
7. 젖는다
8. 못 말린다
날씨 하나에 이러는데, 시간대나 어떤 상황에 닥치기라도 하면 내게 '비오는 날의 새벽'은 죽음이다.
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타로카드로 연상해보기로 한다. 타로카드에서는 'DEATH'카드라는 무시무시한 카드가 있으나, 무시해도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꼭 '삶의 종결'만을 나타내는 해석으로 풀이하지 않는다는 점. 문제나 걱정·고민의 종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또한 살아있는 것의 종결이 아닌 죽어가는 것의 끝을 의미하기도 하니, 소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죽음이 희망이 되는 것이다.
이 개별적 희망이자 개인적 죽음에 어울리는 음악은 참 많다. 비틀즈의 'Let it be'. 여기서 be가 비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적의 'Rain'부를 때마다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질 않는단다. 이현우의 '비가 와요'는 내가 비가 되어 젖은 슬픔을 노래한다. 난 단순함이나 유치함이 가장 근원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이러한 노랫말을 선호한다. 신성우의 '비오는 날엔'이라는 노래는 팬으로서 고이 간직하고 있는 노래다.
남고에서는 한 여름에 장마비가 내리면 팬티바람에 야간자율학습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마다 울려퍼지는 노래가 주니퍼의 '하늘끝에서 흘린 눈물'이나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 혹은 K2김성면의 '유리의 성', 김광석의 '사랑했지만(김경호ver.)'등이었다.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아무래도 지금 노트북을 덮고 노래방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