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애를 안 하고 있다.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성인이 되고 연애 안 한 기간이 이렇게 긴 건 처음인 것 같다. 연애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선 이전처럼 열심히 이성을 갈구하진 않는다. 왜일까.
오늘 책을 읽다 눈물방울의 크기가 크다는 묘사를 봤다. 갑자기 나도 그런 울음을 쏟아본 적 있는지 내심 궁금했다. 있었다. 있었는데 연애할 때였다.
연애를 하면 사람의 감정이 조금 섬세해지고, 커진다. 그리고 난 감정의 폭이 넓어지고 싶을 때 연애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난 스스로 잘 울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못하겠지. 나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연애'라는 방패막을 통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것 같다. '연애'때문에 웃고, '연애'때문에 운다. 일이나 가정사 때문에 울고, 웃는다고 말하는 것보다 '연애'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부담 없고 그럴싸하다.
일 같은 경우, 당장 쉬어도 안되고 나의 생계랑 관련 있는데 그만두고 싶다고 매번 울거나 슬퍼할 수 없다. 타인들이 안 좋게 보기도 한다. 가족관계도 마찬가지다. 슬퍼해봐야, 짜증 내봐야 평생 끊어내질 못한다. 그에 반해 연애는 언제라도 그만할 수 있다. 한 번 울고, 내 감정을 크게 드러내고 끝내면 그만이다. 나의 감정 탈출구다.
슬픔뿐이랴, 행복감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애의 대부분은 마치 마약과 같아 나의 슬픈 감정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고, 행복을 밀어 넣어준다. 극한의 상황에서 날 타개하는 것은 연애였다. 그러나 어두운 감정은 마비되어있을 뿐 없어진 것이 아닌데 밀어 넣는 행복감은 금세 휘발되어 사라진다. 마음이 허해진다.
요즘은 감정이 격해지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마음의 대부분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누군가를 굳이 만날 필요도 없고,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슬피 울 필요도 없고, 기쁨 환각제를 맞지 않아도 된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지고, 옆에 누군가 없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라는 느낌을 찾지 않아도 내 마음은 가득 차 있다. 나는 지금 이 일상이 좋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