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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아일보 Aug 09. 2016

나를 보호해 줄 무기는 ‘개인기’

직장에 다니는 동안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평생직업’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저성장과 고령화가 맞물린 시대, 어떻게 직업의 안정과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의 글을 연재합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야 한다. 직장이 날 보호해 줄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20대도 구조조정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해고도 ‘유연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많은 직종은 로봇이 대체한다는 뉴스도 나온다. 


몇 살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 숫자가 55세든 60세든 거기에서 현재 나이를 빼보자. 


그 결과가 15 이하라면 지금 직장에서 최대한 잘 버티도록 하자. 저축 열심히 하고, 퇴직하고 치킨집을 하든지 나름의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15가 넘는다면? 이들은 직장에 다니는 동안 나만의 직업을 어떻게 만들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직장에 다니는 상태를 직업이 있다고 말했다면, 앞으로 직업의 현실적 의미는 개인기다. 즉, 직장이라는 조직을 떠나서도 혼자서 돈을 벌며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상태가 직업이 있는 상태란 말이다. 


학교 졸업 후 20∼30년 직장생활을 한다고 쳤을 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직장생활 하면서 자기만의 개인기, 즉 직업을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퇴직 후 모아둔 돈으로 편하게 살 수 있고, 무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개인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퇴직 후에도 작게라도 정기적인 수입을 갖고 싶고, 자기만의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면 개인기를 갖추는 것은 필수이다. 

개인적으로 즐겨 보는 ‘케이팝스타’에서 30대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예능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10대에 자신의 재능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예능이나 예술만 그럴까? 


지난해 12월 동아일보 초청으로 방한했던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에 전문가”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글쓰기, 영업 기술, 혹은 요리하는 재능일 수도 있다. 예능이나 예술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개인기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능을 늦어도 30대 초반까지는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40대 중반까지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야 조직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고, 떠나서도 홀로 설 수 있다.


최근 만난 네 사람 이야기를 해보자. 


A 씨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 중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음식점에 취업하여 식당 경영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요리만 잘한다고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B 군은 이번 달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미술에 재능이 있고, 목공에 대한 관심을 살려 이달 말 유럽의 한 목공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목공기술로는 대학 4년 동안 배울 분량을 1년 안에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60대 초반의 C 씨는 퇴임 후에도 제품 영업을 외주로 맡아 전문성을 발휘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40대 후반의 영업맨이었던 D 씨는 외국계 회사에서 영업을 총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을 1, 2년씩 맡아 기반을 닦아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 


앞의 두 사람은 자신의 개인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조직을 떠나서도 개인기를 활용해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이란 말은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역설적 표현이 되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조직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개인기, 즉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때론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승진하고, 은퇴 후 생활자금을 어떻게 만들고, 치킨집을 개업할지 고민했지 자신만의 재능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직업으로 만들지, 조직을 떠나서 어떻게 홀로 설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런 불편한 질문을 우리는 ‘팔자 좋은 소리’라고 치부하며 

매일 직장 내 바쁜 회의 스케줄과 수많은 회식 일정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일상 속으로 일단 피하는 것이다.

직장이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다. 

조직에서 밀려난 후 고민해봐야 그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니 이쯤 되면 직장이 아닌 직업만이 나를 보호해 줄 것임을 눈치채야 하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젠 개인기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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