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6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정기 간행물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사랑스러운 갈색 푸들 키니의 일상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멍디는 [키니일기]로 유명하다. 털실쪼가리를 물고 와서 간식과 맞바꾸자며 나름 진지한 거래를 요구하는 키니의 행동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은 우리의 행복한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 천사임이 틀림없다.
멍디 작가의 첫 에세이 [키니는 오늘도 여전히 다정합니다] 는 기대한 것처럼 포근하고 행복한 마음이 가득 들게 한 이야기였다. 멍디 작가는 본인을 성격은 급한데 생각이 많아서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모든 일에 쉽게 지나치는 법이 없어서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불안과 걱정들로 주춤거리고 싶지 않았기에 부정적인 생각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고 특정한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생각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정도로 느끼는 감정조차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림과 글을 쓰는 작가에게 무미건조한 정서는 치명적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부정적 감정에 예민하지만, 그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의 좋은 것들만 누리고 살고 싶어도 부정적인 감정이 주는 메시지는 삶의 예방 차원에서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부정적 감정이 주는 경고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잘 해소해야 한다.
예술적인 성향이 강한 작가들은 더 깊고 세밀하게 느끼기 때문에 에너지가 더 들게 마련이다. 이때 많은 작가가 반려견의 도움을 받고 있다. 물론 반려견과의 첫 만남부터 서로 익숙해지기까지 아이 키우듯 하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털북숭이 천사들의 사랑을 가득 느끼려면 수고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먹이고 씻기고 배변훈련과 산책 그리고 건강을 체크 하는 일 따위이다. 마치 젖먹이가 걸음마를 떼고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수고하는 엄마의 일과 다를 게 없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15년 이상 돌보며 자칭 집사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주는 사랑의 형태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도 한결같은 평화로움을 원한다. 반려동물의 삶을 관찰해보면 그들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구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질투도 하고 화도 내지만 그것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감정이 그들의 전체 삶을 지배하지 않는다. 원초적인 사랑의 형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존재할 뿐이다.
반려견은 항상 평화롭고 한결같은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멍디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고 외면한 나머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조차 잘 모르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에게 모든 감정은 소중하고 필요했다. 다만 에너지를 많이 써서 지치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키니를 데려오고 나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다. 반려인의 생활은 개에 맞추어져 있다. 키니를 키우면서 엄마가 되는 기분을 느끼고 놀이와 산책을 하며 관계를 쌓아간다. 기다리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책임감을 느끼며 우울할 때 다정한 위로도 받는다. 키니의 속내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앙증맞은 행동을 보며 까르르 웃고 짓눌린 스트레스를 풀어 버린다. [키니는 오늘도 여전히 다정합니다]를 읽으면 온갖 사랑표현에 능숙하고 꾀를 잘 부리며 한결같이 평화롭고 다정한 키니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글쓴이. 김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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