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6호] 강태욱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정기 간행물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개를 정말 키우고 싶은 건지, 개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 점검했다. 데려올 개의 견종 특징을 포함, 개에 대한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춘 것 같다. 수의학적 문제나 법률문제도 잘은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길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전문가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이제 드디어 우리 반려견을 훈련시킬 수 있는 걸까.
먼저, 소개됐던 책들을 읽을 정도라면 영상도 많이 보셨을 거다. <TV동물농장>,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개는 훌륭하다> 등 공중파 프로그램, 넷플릭스에 미국 애견 훈련사가 나오는 <우리 개를 도와줘!>를 보셨을 수 있다. <도그 위스퍼러>도 있었다. 모두 유명 애견 훈련사가 나오고 (대부분 반려견 보호자의 문제였지만) 문제가 있는 반려견들의 행동을 마법처럼 교정한다. 구제불능에 손을 댈 수도 없던 문제견이 유명 훈련사들의 손만 거치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한,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된다. 그 사람들은 정말 마법이라도 쓰는 걸까. 그 사람들의 손만 거치면 문제견들은 더 이상 문제행동을 하지 않을까?
한 번에 마법처럼 바뀌는 일 같은 건 없다. 우리는 영상을 보며 가끔 잊는다. 여기 전문가들은 최소 10년 이상 전문적으로 배우고 경험을 쌓은 분들이라는 것. 영상은 편집할 수 있고 결과물이 바로 나와야 한다는 것. 그래도 전문가들의 훈련은 나와 반려견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똑같이 따라 해본다. 무작정 ‘어떻게’ 했는지 그대로 하게 된다. 기대와는 달리 전문가가 했을 때와 전혀 다르게 소용없거나 심지어 악화된다. 전문가들이 하는 훈련과 내가 하는 게 뭐가 다를까. 개를 위한 훈련을 ‘왜’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어떻게’ 하는지만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수의행동학자 소피아 잉이 쓴 <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가 바로 ‘왜’와 ‘무엇을’을 알려주는 책이다. 소피아 잉은 수의학으로 유명한 미국 UC데이비스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개의 음성 의사소통 및 말, 기린, 타조, 닭의 행동 수정 연구로 석사를, 동물 행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수의행동학 전문가다.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뉜다. 첫째, 개를 이해하기. 둘째, 학습과학으로 행동수정을 위한 이론과 실습을 설명한다. 셋째와 넷째는 기본예절 교육과 일반적인 문제행동을 위한 가이드를 잡아준다.
지금까지는 동물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대부분 ”저 행동을 어떻게 하면 그만두게 하지?“라고 생각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배운 행동 수정 지침에 따라 ”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왜 강화된 거지? 대신 어떤 행동을 강화시켜주면 될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p.75
이 책의 핵심내용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그만두게 할지만 고민하지 말고 왜 그 행동이 강화가 되었고 그 행동 대신 다른 어떤 행동을 하게끔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면 방법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어떻게 그만두게 할지만 생각하다보니 소리를 지르거나 벌을 주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벌은 도덕성을 떠나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 반려견에게 좋은 훈련 방법은 내 반려견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해야만 배울 수 있다. 관찰한 행동을 이해한 뒤에 책에 나오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보편적인 원리를 발견하고 그 원리를 적용하면 자신과 반려견 사이에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왜’ 그 행동을 하는지 알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돼서 연습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내 반려견과는 그 어떤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처럼, 정말 마법처럼 소통할 수 있다.
글쓴이. 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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