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7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생활견 키키와 그의 반려인 진아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같이 살게 되면서 일상에 스치는 소소한 것들을 함께 즐기고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키키는 표정이 다양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진아 보다 앞장서서 거리를 살피고 무엇보다 진아를 관찰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진아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있다. 키키와 살면서 사계절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둘이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해서 하루를 성실히 관찰하기로 한다.
여름의 단어는 표정이 다양해서 덥고 습하고 때로는 축축하기까지 하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좋은 날은 아주 파랗고 아주 초록인 쨍한 날이다. 하지만 키키와 진아는 햇볕에 약한 체질이라 오랜 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만다. 그래서 키키는 얇은 티셔츠를 진아는 얼굴에 그늘이 지는 모자를 꼭 쓰고 나가야 한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키키의 산책이 어려워진다. 실외 배변만 하는 키키가 신나는 산책을 못 하고 대소변을 어렵게 해결해야 하니 진아의 마음이 힘들다. 그래도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얼음이 있고 키키의 할짝대는 물 마시는 소리도 자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게다가 과일과 밤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이라니, 둘만의 여름 일상은 너무나도 낭만적이지 않나.
가을의 단어는 차를 음미하는 시간, 노르스름한 빵, 키키가 좋아하는 노란 찐 고구마, 온 동네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풍경이다. 진아는 푸른색으로 가득하던 곳이 한순간 노랗게 되어 마주할 때 색을 쓰는 건 이 세상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키키와 살면서 최고라 손꼽을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산책이다. 집에 있는 걸 아주 좋아하는 진아는 가족들의 걱정을 살 정도였지만 키키와 살면서 하루에 두 번, 산책하는 시간이 생겼고 그로 인해 일상이 더욱 활기차졌다. 산책의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진아의 고민이 흐려지기도 하고, 일하면서 막혔던 부분이 반짝거리며 풀리기도 한다. 가볍게 걸으며 자신을 내버려 두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단순하게 걷는 키키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키키는 집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진아를 기다리면서 산책할 때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를 기다린다. 진아는 이런 키키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둘만의 단어를 계속 모으기로 한다.
우리도 평소에 쉽게 지나쳐버려 그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작은 단어들을 하나둘씩 모으면 어떨까. 일상이 이렇게 다채로웠나 싶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따스한 행복감을 깨닫게 되는 날,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일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활견 키키와 반려인 진아의 ‘오늘의 단어’는 평범한 하루에 작가의 생각을 더 하여 소소하지만, 의미가 있는 생활을 보여주는 귀여운 일기이다. 누구라도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키키와 진아의 이야기를 따라 사계절의 단어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글쓴이. 김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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