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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Oct 18. 2021

개의 관점으로 본 세상을 설명한다.

[작은 친구들 8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개는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개는 그리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지금까지 경험한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도 기억을 하되, 일부러 곱씹어 생각하지 않는다. 개는 앞날이나 옛날 일에는 통 관심이 없다. 오직 ‘지금’만 생각한다. 개는 지금을 참으며 장래를 기대하지 않고 일부러 과거를 떠올리며 중요한 지금을 잊거나 슬퍼하지도 않는다. 개가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순간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것뿐이다. 반려견이 쫓는 행복이란 맛있는 간식과 사료, 장난감을 받는 것도 있지만 최고의 행복은 사랑하는 주인 곁에서 편안히 쉬는 것이다. 주인에게 몸을 기대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주인의 손길을 느끼며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다. 


 반려견 라이프 카운슬러 미우라 겐타의 [그 개가 전하고 싶던 말]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인간과 개의 차이를 일깨워주고 개의 관점으로 본 세상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개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며 같은 코스를 산책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주인에게 응석을 부린다. 그런 일상을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으며 오히려 변화가 없는 나날이 개에게 안도감을 준다. 반려견이 바라는 것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환경과 안정적인 주인의 애정, 그저 그것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무엇이든 비교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여 자신과 타인뿐만 아니라 시간도 비교한다. 



또 같은 것을 반복하면 이내 싫증을 내고 변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면 지루한 나머지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이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 같은 애정을 유지하기다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반려견이 주인에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밖에 어느 중년의 남성이 어렸을 때 알던 반려견 구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인간이 개와 함께 살려면 그들이 원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개의 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때 비로소 진심 어린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무리 안에서 한명 한명의 가치관이 다르고 감정이 각기 다르며 행동의 결정권도 자신에게 있다. 그런데 개의 경우는 무리의 가치관에 ‘동화’되기 때문에 감정도 동화된다. 게다가 행동의 결정권도 리더가 갖는다. 개들에게는 자신의 일생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리더를 아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리더의 능력을 검증하는 시도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산책 중에 주인이 가는 방향과 반대로 끌고 가거나, 주인을 물기도 하는 것들이다. 그때 반응이나 행동을 보고 개는 “이 사람을 따라가도 괜찮을까?”를 판단한다. 개들이 대장으로 인정하는 포인트는 자신을 외적으로 지켜줄 힘이 있느냐인데 이 힘은 완력이 아니라 정신력을 가리킨다. 또 하나는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느냐’이다. 애정을 듬뿍 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해 따끔하게 야단친다는 것도 포함이 된다. 일관적인 바른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인 것이다. 우리는 개를 키우면서 그들을 위한 배려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그 개가 전하고 싶던 말]의 나머지 에피소드를 읽고 작가의 통찰 어린 조언을 마음에 담아보길 바란다. 이성적으로 살아온 인간의 특징들이 조금 더 단순해지고 자연에 가까워진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더 말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것이다.



글쓴이. 김성의

©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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