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2호] 으네제인장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물고기’
익숙하지만 낯선 존재.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진 건, 나오는 이름과 용어들이 낯설어서였다. 모두를 뭉뚱거려 ‘물고기’ 하나로 부를 때는 익숙했지만 각 어종의 이름이 나오고 특징이 나오면서부터 물고기는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물고기’라니. 이름부터 이미 고기인 거다.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피시Fish는 ‘물고기’라는 동물을 의미하는 명사인 동시에, ‘물고기를 잡는다’는 동사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도 ‘물고기’와 각 개체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기 보다는 우리가 잡는, 잡아 먹는 존재로만 여겨왔던 거 같다.
많은 동물애호가들이 동물을, 육지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해 위화감을 가지게 된 것에는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고 지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요즘에는 대량 목축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알려지게 되면서 기후위기를 위해서라도 육식을 그만두거나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인간과 동물의 교감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바다동물들은 어떠할까. 물고기는 정말 지능이 낮고 인간과 교감할 수 없는 존재인 걸까.
이 책을, 그리고 최근에 나온 바다동물에 관련 서적이나 영상들을 보면 바다동물들에게도 지능이 있고 감정이 있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물론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교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다른 방식을 통해 그들만의 사고를 하고 또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이번 달 도서로 선정한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물고기를 알아가고 또 그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문어의 영혼>을 통해 문어라는 생명체를 이야기한 사이 몽고메리는 이 책을 두고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사랑하듯 물고기들도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며, 또 생기발랄한 감정과 지능, 그리고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냐고? 적어도 이 책에 의하면 사실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일화 중 몇 가지만 꼽아서 소개하자면, 우선 물고기의 지능에 대한 것이 있다. 반복해서 낚시 미끼에 걸려드는 물고기를 두고 단순히 머리가 나빠서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마리 앙투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라’고 했던 걸 떠올리게 한다. 마리 앙투와네트의 빵에 관한 이야기 자체가 낭설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 물고기를 대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물고기는 반복해서 미끼에 걸려드는 걸까. 책에 의하면 그것은 두려움을 뛰어넘는 배고픔 때문일 거라고 한다. 미끼에 걸리면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주위에 먹을 것이 그것 뿐이라서 다시 달려들 수 밖에 없는 거다. 배고픔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물고기 뿐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도, 인간도 마찬가지다. 먹을 것을 얻으려다 미끼에 걸려드는 육지 동물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인간을 떠올려 보면 미끼에 반복해서 달려드는 물고기를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물고기 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은 바다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니모를 찾아서> 속 흰동가리의 부성애는 일리가 있지만, 현실 속 흰동가리라면 니모의 아빠가 엄마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 실제로 흰동가리는 성전환물고기 중 하나로 암컷이 사라지면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이 된다고 한다. 알을 낳고 나면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알려진 연어에 대해서도 정정해준다. 실제로 알을 낳고 죽는 연어들도 있지만 일부의 수컷 연어와 많은 암컷 연어들이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대신 한동안은 번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밖에 자신을 찾는 모든 고객들의 정보를 세세하게 기억하는 청소 물고기들,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암컷갈색송어, 만다라를 그리고 조개로 장식을 하는 복어 이야기 등 우리가 평소에 알지 못했던 물고기의 자잘한 사정을 소개하고 있다. 단면으로 썰어져있는 모습만 가지고 어종을 구분하거나, 맛으로 어종을 알아 맞추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면서도 실제 생전의 물고기 모습에는 생경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다동물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면서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 이 책은 멀게만 느껴졌던 바다 속 생명들에게 친밀감을 갖게 한다. 친밀감을 가지는 동시에 눈 앞의 건어물, 통조림을 넘어서 모든 어류의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고 교감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같이 보면 좋은 영상
넷플릭스 <씨스피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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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으네제인장
© 동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