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2023.01.14 @메가박스 백석
송태섭 중심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만화에서 그의 서사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도내 No.1 가드를 지향하나 키가 작아 이정환과 김수겸에게 밀리고, 서사 또한 농구 초짜인 강백호와 굴곡의 정대만에 비해선 보잘것없다. 그래서 만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송준섭'이라는 형과 어머니의 존재는 송태섭을 보다 부각하려는 장치다. 듣자니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송태섭이라는 캐릭터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그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신선한 시도였지만 효과적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 정우성과 송태섭이 미국에서 양 팀의 가드로 매치업 되는 모습은 그래서 조금 작위적이다. 만화에서 송태섭은 도내 1,2위도 어려운데 정우성은 자타공인 No.1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산왕공고와의 경기 그 자체다.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처럼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세부까지 모두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영화가 가지 쳐낸 수많은 장면들이 아쉬울 법했다. 예를 들어 채치수의 각성 장면(변덕규가 도미가 아닌 가자미가 되라고 충고하는 장면)이나 신현필(산왕공고 센터 신현철의 동생)을 상대하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강백호의 전반전 모습 등은 누락되어 있었다. 영화는 더빙 버전이었는데 소설이든 만화든 영상화되는 순간 내가 상상했던 캐릭터와 묘하게 어긋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안 선생의 목소리는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젊었고 강백호는 꽤 점잖은 축에 속했으며 채소연은 그저 관객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나름 성공적으로 녹아냈다고 생각한다. 매체가 다르므로 한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경기의 세부까지 모조리 살려내어 전달하려 했다면 2시간의 러닝타임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요한 매 장면을 움직이는 영상에서 최대한 살리려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슬램덩크의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떤 감상으로 다가왔을지가 새삼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슬램덩크를 처음 읽던 때의 흥분과 감동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조만간 꼭 전권을 집에 구비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감동과 재미는 또 읽고 나눠도 즐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