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관계 안에서 잘 다루는 리더
1. 어느날 친한 직장동료와 건물 옥상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통령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바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예~전 대통령 얘기다. ^^) 내가 '도대체 왜 저런 정책과 일들을 펼칠까?'라고 걱정하던 나에게 그 동료는 조용히 말했다. "더 무서운 건, 그 대통령은 자기가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라는 거죠." 이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진심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구나, 독선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2. 리더는 진심을 가지고 일을 대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진심이 항상 옳고 절대진리라고 생각하는 리더는 진정한 진성 리더(authentically authentic leader, 내가 만든 말이다. ㅎㅎ)가 될 수 없다. 진정성에 대한 과신으로 인해 의도치않게 타인의 관점을 닫아버리고 독선적인 행동과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3. 또한 리더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오히려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내적인 성찰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나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자신이 정한 원칙에 집착할 우려가 있다.
4.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Ibarra 교수님은 이것을 '진정성의 역설(Authenticity Paradox)'이라고 하셨다. 진정성이라는 것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자아개념으로 인식할 경우 새로운 과제를 처리하거나 더 큰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은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곳인데 고정된 자아 개념에 머물면 리더는 더 큰 역할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 얼마전 대학원 <리더십 개발론> 수업에서 진성 리더십을 학습할 때도 몇몇 선생님들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다.
"...진정성이라는 것도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조율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진성 리더십 자료에서 언급된 진정성 역설은 조직생활 속에서 경험했던 스스로는 정직하다고 믿었지만 소통이 단절되고 독단적으로 느껴졌던 리더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원칙에만 집중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놓치는 리더는 오히려 진정성을 내세우면서도 공감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좋은 리더십이란 ‘진심’ 자체가 아니라 그 진심이 어떻게 전달되고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Adam Grant 교수님도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기셨다고 한다. (출처: https://brunch.co.kr/@smallwave5/199)
"공감이 없는 진정성이란 이기적인 것이다.
경계선이 없는 진정성이나 존중감이 부재한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가치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자."
7. 진성 리더는 목적을 추구함으로서 결과와 성과를 도출하는 리더이다. 이것이 다른 리더십의 리더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목적을 추구할 때 리더 마음대로 해도 될까? 내 진심을 담았다고? 당연히 그렇지 않다. 리더는 혼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진심이라 해도 리더 혼자 독주하면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8. 좋은 리더란 ‘진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진심을 관계 안에서 잘 다루는 사람’이다. 구성원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일을 만들어갈 때 신뢰는 쌓이고 리더와 구성원, 조직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 중에 리더는 자연스럽게 '구성원이 따라가고 싶은 리더', '함께하는 누군가에게 오래 남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