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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 3

인생은 타이밍

by 동동일

2022년 4월,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하고, 마지막 남은 휴가를 몰아 쓰고 있던 시점이었다. 먼저 시작한 선배는 내가 합류하기 전에 외주를 통해 제품에 대한 개발을 맡겨둔 상태였고, 그 제품의 프레젠테이션 날 내가 처음으로 합류하기로 하였다.


필자는 대학교, 대학원 시절에 간단한 개발 경험은 있지만, 팀 단위, 기업 단위의 개발을 했던 적은 없다. 그래서 사실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까? 내가 과연 팀에 도움이 될까?'라는 두려움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첫 회의에 참석했다.


필자는 이젠 회사에서 QA라는 직책을 맡아서 근무를 했다. QA(Quality Assurance)는 품질보증이란 뜻이고, 제품에 대해 검수를 하는 직책이었다. 그런데 처음 오자마자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 나온, 아직 오류가 많은, 아직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제품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각자 파트를 나눠서 각자의 방법으로 검수를 시작했다. 필자는 QA 할 때의 경험을 살려 나름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검수를 진행했고, 맡은 모든 기능을 테스트를 완료했고, 검수 시나리오와, 오류 내용과 분석 내용을 엑셀에 작성하였다. 다른 QA 툴을 사용할까도 생각했지만, 다 같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엑셀만큼 쉬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2주 후, 각자가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각자의 방식대로 검수를 진행했고, 각자의 방식대로 정리를 해서 발표를 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나는 내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내 의견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난 내 QA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내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였고, 다들 그 의견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리고 내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나의 두려움은 이 팀에 합류한 시기가, 내가 갖고 있는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시기였고, 팀원들이 그 능력을 인정해 줌으로써 모두 사라졌다.


필자가 팀에 합류하겠다고 했던 시기, 그때 당시 팀에서 가장 필요했던 능력이 우연찮게 잘 맞아떨어졌기에 나의 스타트업 합류가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아니면 조금 더 늦게 합류하였다면 이렇게 매끄럽게 합류할 수 있었을까?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의 이 타이밍은 정말로 좋았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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