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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Feb 07. 2020

직장인에게도 경제학 지식이 필요할까요?

토드 부크홀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회사 점심시간에 홍춘욱 박사님의 <환율의 미래>를 읽고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친한 형이 나에게 물어본다.

"그거 왜 읽냐? 지금 하는 일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책을 뭐 하러 봐. 차라리 재테크 책을 보지"


당시에는 그냥 재밌어서 읽고 있다고 답했지만, 지금 다시 대답할 기회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형은 그리스에 경제 위기가 왜 왔다고 생각해요? 흔히 뉴스에서는 포퓰리즘 정책과 그리스인들이 게을러서 경제 위기가 왔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환율의 문제도 크다고 말해주거든요. 그리스 경제 위기는 유로존으로 화폐가 유로화로 통합되어서 그리스가 재정이 악화되어도 화폐 가치가 떨어지지가 않아서 만성적인 경성 수지 적자를 보았고,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해줘요. 뉴스를 보고 쉽게 생각해서 비난하기는 쉽지만, 책을 통해서 본질을 보면 나중에 비슷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보고 있어요"


직장인들은 바쁘다. 업무 중에는 물론이고 퇴근 후에도 자기 계발하랴, 집안일하랴, 육아하랴 시간이 부족하다. 잘 시간마저 부족한 직장인에게 거대 담론을 말하는 경제학자의 지식이 과연 필요할까? 그냥 연말 정산 잘 받는 방법만 잘 알면 되지 않을까?


연말 정산처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사회의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는 본질을 알려면 경제학자의 지식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본질을 알려주는 경제학의 큰 흐름을 읽고 싶다면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을 추천한다. 11명의 경제학자와 현대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세상은 하나의 지식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걸, 경제학자들끼리 서로 박 터지며(?) 싸워서 지금의 실물 경제가 이뤄졌음을 알게 해 준다. 경제학자가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덤으로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재림

시장의 기초를 설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한 말이다. 인간에게는 이기적인 본능이 있고, 이 본능으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우유를 짜면서 시장이 형성된다.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 외에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노동을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보았고 노동력 공급이 증가하거나, 노동이 분화될 때, 새로운 기계가 만들어져 노동의 질이 상승할 때 경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의 향상을 말한 것이다.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경제학의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암울한 예언가, 맬서스

맬서스 이론으로 유명한 맬서스는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식량에 비해 인구의 증가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라 인류는 결국 결핍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맬서스는 예언했다. 다행히(?)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인구는 100억 명을 향해가다가 정체하고, 농업 혁명으로 식량의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사실 끔찍한 예언을 한 맬서스는 사실 인류를 누구보다도 걱정한 경제학자였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자유시장에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고려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은 커져 가는데 정작 지구 오염은 갈수록 심해진다. 대표적으로 지구온난화다. 사실 이는 맬서스가 말한 인구 증가로 인한 세계가 종말 할 것이라는 예언과 다를 바가 없다. 지구가 파괴적인 방향으로 가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우리가 맬서스의 이론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제야 우리는 환경오염에 비례해서 세금을 걷거나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한정시켜 놓기 시작했다. 맬서스가 예언한 암울한 미래는 앞으로가 시작이다.


자유무역의 화신, 데이비드 리카도

우리나라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에게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1인 당 GDP가 3만 달러가 넘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EU, 중국을 비롯하여 16개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을 맺을 정도로 자유 무역에 집착(?) 한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비교우위론을 통해 말하였다. 비교우위론이란 개인 또는 국가가 가장 적은 것을 포기하고 전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예시로 들자면, 우리나라는 농업을 포기하고 반도체와 정유화학, 선박 제조에 집중해야 하고, 미국은 제조업 분야를 포기하고 농업과 IT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교우위론이다. 여기서 각 나라에서 포기하는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통해 이야기하려던 것이 바로 자유무역이 어떠한 상황에서든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교역하는 두 나라의 국민들이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곧 누군가에게는 소득이다. 자유 무역은 소비와 소득이 발생하는 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한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만, 돈은 분명히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이런 돈의 흐름을 막는 것은 가장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한 곳에서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꼴이다. p.167

자유무역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19년은 자유무역 화신인 데이비드 리카도의 조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2019년 우리나라 경제는 힘들었다.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몇몇 직장인은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웠던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미중 무역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것이 큰 이유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무역갈등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두 강대국 간의 무역 갈등이 데이비드 리카도의 조언을 받아들여 화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경제학계의 풍운아, 존 스튜어트 밀

존 스튜어트 밀은 천재였다. 신학자가 되길 원하는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천재가 되었지만 그에게 따뜻한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엄마는 밀에게 무관심했다). 신학자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눈길을 피해 숨어서 경제학 책을 읽는 게 유년시절 그의 즐거움이었다. 일종의 도피처 같은 경제학에서 그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빠졌다. 밀은 단순한 공리주의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밀은 단순한 쾌락만으로는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없다며 그 이상의 행복이 있다고 주장했다. 밀의 주장은 경제학을 단지 잘 사는 것을 넘어 인간의 도덕성을 경제학과 결합하였다. 현실 세계를 넘어 이상을 바라본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세상에 진리가 있어서 미래에는 위험과 고결함, 정의처럼 도덕적인 공리주의를 올 것이라고 믿었다.

밀의 공리주의와 플라톤의 이상주의, 즉 밀이 플라톤 철학의 미덕을 받아들여 공리주의를 발전시켰다는 것을 상기하자. 밀은 인류가 노동이나 부 자체보다는 위엄, 고결함, 정의에 더 관심을 기울일 날이 오기를 고대했다. p.235


비운의 혁명가이자 경제학계의 이단아, 카를 마르크스

카를 마르크스는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주었지만 정작 그의 생애는 가난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었는데도 낭비벽이 심해서 항상 가난했었다. 이런 환경이 그를 혁명가로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마르크스는 노동의 가치를 높게 보았다. 모든 경제의 부가가치는 노동에서만 생긴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에 열약한 노동 환경을 겪은 대중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정작 마르크스 생애에 노동자의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허점이 있었다. 자본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자본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효율적인 경영은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더불어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동력을 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가 주장한 사회주의는 노동자에게 평등이라는 희망을 주었지만 이런 허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마르크스의 혁명은 실패했으므로 무가치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에서야 사회주의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했다.

마르크스는 역사가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제, 자본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역사적 경로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나 어떤 불변적인 법칙에 사이에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놓여있다. p.252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었다. 자본주의의 속성상 약간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끊임없이 생산하는 체제는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켰고, 생산성의 향상으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고통받고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 과정의 기술이 바뀌면 기존의 생산 과정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새로운 생산기술이나 방법은 토지, 노동, 그리고 자본의 양과 질을 바꾼다. (...) 즉, 미래의 생산력은 새로운 생산 과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정치, 윤리, 그리고 법 제도 전반은 낡은 방법에 의존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즉, 생산력이 발전한다고 해서 이런 제도들이 발맞춰 신속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 여기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부구조는 정적(static)이다. 구지배 계급이 낡은 관념을 틀어쥐고 새로운 경제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역동적인 역사 과정을 방해할 때 투쟁이 일어난다. p.255

청년은 불확실한 미래에 출산을 꺼려하고, 노인은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 모두가 고통받는 수축 사회다. 공산당의 끔찍한 인권탄압과 독재라는 프레임에 갇혀 보지 못했던 마르크스의 혁명에 대한 논의가 지금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앨프리드 마셜의 한계적 사고

앨프리드 마셜은 현대 경제학에서 꼭 알아야 할 경제학자다. 마셜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한계 분석을 경제학에 접목하였으며, 뒤에 살펴볼 존 메이너스 케인스와 같은 경제학자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마셜이 말하는 한계 분석이란 다음과 같다. 책에서 나오는 영희가 요구르트를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한계효용 비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한입을 먹었을 때 그녀는 1달러어치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두 번째 한입은 0.9달러어치의 즐거움을 준다. 세 번째 한입은 0.7달러어치 즐거움을 준다. 네 번째 한입은 0.64달러어치의 즐거움을 주고 이렇게 한입씩 먹을수록 즐거움은 줄어든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입의 요구르트를 그녀는 먹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먹는다고 해서 즐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 경제학자들이 이렇게 줄어드는 한계효용을 따라 아래로 떨어지는 하향 수요 곡선을 그렸다. 매번 영희는 요구르트의 한계효용(이익)과 한계비용(가격)을 비교한다. p.326

여기에서는 한계적 소비자를 보여주지만, 한계적 생산자 또한 대입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지식>을 읽으면서 앨프리드 마셜이란 훌륭한 경제학자를 알게 된 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학을 생물과 같이 항상 변화하고 발전하려는 동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에 효과적인 경제 정책도 상황에 따라서 지금은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저절로 존경하게 되는 마셜의 태도였다. 그는 제자들에게 경제학은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끝없는 정진을 부탁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답을 기다리는 대신에 답을 찾아다녔다. 찾은 답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것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셜은 경제학이 대중이 알기 쉽게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훌륭한 스승 덕분에 뒤에 다루는 경제학계의 구세주 케인스라는 천재적인 제자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친 제도의 그물에 걸려든 베블런과 갤브레이스

소스타인 베블런

베블런 효과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생산자가 수요를 조절하면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베블런 효과로 고가의 명품시장이 유지가 된다. 명품 가방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해당 상품은 매력이 떨어져 가격 또한 하락할 것이다. 이러한 베블린 효과는 앨프리드 마셜의 한계 법칙을 강하게 비판한다. 수요와 공급은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맞춰나간다는 이론이 무너진 것이다. 베블런은 이전의 위대한 경제학자들과 달리 정밀한 경제학 모델을 만들지 않고, 마셜을 비판한 것처럼 앞선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이론 모델을 깨부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갤브레이스 또한 의존 효과를 통해 마셜의 '한계효용과 수요 법칙'을 비판하였다. 그가 말한 의존 효과란 시장은 어떠한 상품에 대해 소비자의 진정한 수요를 읽을 수 없으며, 진정한 수요는 심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의존 효과에 의한 시장은 광고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인위적으로 심어주는 욕구만 있을 뿐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심리는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갤브레이스는 광고의 효과를 너무 과대평가하였다. 소비자는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존중한다. 오히려 광고가 나오면 불편해하며 건너뛰기를 통해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베블런과 갤브레이스는 자신이 친 이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제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이전의 위대한 경제학자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을 비판한 것이다.

경제학이 다루는 분야는 가격, 이윤, 지대, 비용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법, 도덕, 유행, 철학 등도 모두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분야는 경제학을 뒷받침할 수도 있고, 또는 그것의 정체성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의 정의 또는 범위를 확장했고, 동료들이 더 넓은 사회 현상에 눈을 뜨도록 촉구했다. 경제학은 앨프리드 마셜이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학문이 아니다. p.398


경제학에는 완벽한 이론 모델이 없기에 경제학자는 매번 다툰다.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그 과정은 생산적이다. 경제학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토론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경제학계의 구세주, 케인스

20세기 경제학자 중 정치가에게 영향을 주고, 경제학의 진로를 바꾼 사람은 단연 케인스다. 케인스는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유효수요 이론, 승수 이론을 통해 알 수 있다.


케인스가 말한 유효수요 이론은 고용은 사회의 수요(demand)에 의해 결정된다. 실업은 사회 전체에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고용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게 되고,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지만, 가계는 저축을 하기 때문에 소득의 전부를 지출하지 않는다. 소비와 소득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투자의 증가(신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유효수요 이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투자를 하는 역할을 정부가 수행하는 것이다.


승수 이론은 한 사람의 지출 변화가 국가 지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이다. 경제의 연쇄 작용을 설명한 승수 이론은 재정지출로 경기 침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유효수요 이론과 승수 이론으로 케인스는 정부가 경기 침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케인스주의자들의 자문을 받은 정치가들은 보이지 않는 손을 뿌리치고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경기 순환과 싸우기 시작했다. 경기가 둔화되면, 그들은 연방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 삭감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켰다. 물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일시적인 재정 적자는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면, 그들은 세금을 올리거나 연방 지출 삭감을 통해 경기 과열 현상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정부 예산은 균형을 이루거나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p.431

미국에서 시작한 2009년 금융 위기에 미국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위기 이후 10년이 넘게 미국 경기는 확장 국면에 있다. 케인스가 정부 개입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그 당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맬서스의 예언이 현실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케인스에 반기를 든 통화주의의 창시자, 밀턴 프리드먼

케인스는 재정지출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통화주의로 케인스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통화주의자는 케인스주의자를 두 가지 이유로 비판했다. 정부는 훌륭한 운전자가 되지 못하며, 경제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는 재정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통화주의자들은 경제의 가속 페달은 화폐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며, 운전석에는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통화주의도 케인스주의자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케인스주의자들은 통화 정책이 제대로 먹히려면 화폐의 유통 속도 또는 화폐 수요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화폐가 제대로 돌지 않고, 대중이 금리 변화에 둔감하면 통화 정책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싸움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케인스주의자들과 통화주의자들의 승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승부다. 이하에서 우리는 미국의 연방 정부가 국민 경제를 네 개의 페달을 가진, 즉 가속 페달 2개와 브레이크 2개를 가진 자동차로 간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p.444


밀턴 프리드먼과 폴 새뮤얼슨을 잇는 신세대 경제학자들은 케인스주의와 통화주의를 분명하게 구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프리드먼의 통화 정책과 케인스의 재정 정책이 모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p.479

케인스주의자와 통화주의자의 싸움 덕분에 우리는 경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무기를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기가 많으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리도구가 되고 흉기가 되는 것처럼 가속 페달 2개와 브레이크 2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하고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무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곧 비즈니스라고 외친 공공선택 학파의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

제임스 뷰캐넌이 말한 공공 선택 학파는 정치를 경제학의 도구를 이용해서 연구 분석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정치를 경제적 행동으로, 비즈니스로 보는 것이다. 제임스 뷰캐넌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정치는 소수의 이익집단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 반대다. 이는 이익집단에서 목소리를 내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동기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반면에, 사회 전체의 손실은 미비하기 때문에 대중은 조용하다. 목소리를 내는 데 쓰는 노력에 비해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는 소수의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따라 움직인다. 정치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학의 도구로 그들을 연구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공공선택 학파는 케인스주의자를 비판했다. 케인스가 관료들의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의 무엇을 믿고 정책을 시행할 권리를 주느냐다. 대다수 경제학자가 공공선택 학파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지만, 정부가 이해관계를 넘어서 신중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견해에는 동의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그날까지 정치를 경제학의 도구로 보는 공공선택 학파는 계속해서 언급될 것이다.


합리적 기대와 불확실성이 동시에 지배하는 기상천외의

세계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경제학에서 다루는 합리적 기대 이론과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다룬다. 합리적 기대 이론은 시장이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재빨리 받아들여 조정된다는 것이다. 경제 주체 또한 변화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수정해 나간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는다. 경제 주체들이 오랜 습관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항상 하는가, 합리적 판단을 하더라도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를 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합리적 기대 이론은 쉽게 무너진다. 모진 비판에도 합리적 기대 이론은 주식시장에서 예외로 어느 정도 인정이 된다. A라는 회사의 주가는 미래의 기대 수익도 반영되어 있을 수 있고, 미래의 위험 또한 반영되어 있을 수 있다.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빠른 회전력으로 주식시장은 효율적이기 때문에 합리적 기대 이론이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하다.


행동경제학은 합리적 기대 이론과 정반대 개념이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뭔가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싫어하며, 어떤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확증편향, 손실회피 편향 등 사람은 불완전하다. 경제 주체인 사람은 불완전하기에 경제는 과열과 침체의 순환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는 아모스 토 버스 키, 데니얼 카너먼, <넛지>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가 있다.


11명의 경제학자와 현대 경제학의 흐름까지 정리해봤다. 정리를 했다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너무 길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봐야겠다."지금 하는 일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책을 뭐 하러 봐."에 대한 답으로 실물 경제의 본질을 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저자 토드 부크홀츠도 비슷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우리의 아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보살핌과 안내를 받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부모들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세계가 너무 거대해져 더 이상 그것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확실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닌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워야 한다. p.598~599

경제학 관련 서적을 보는 건 후대에게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시간이 없더라도 직장인에게 경제학자의 지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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