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유혹을 떨치는 유일한 방법은 유혹에 굴복하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어떤 행동을 하면 결과가 안 좋거나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두 번 그러면 유혹에 굴복한 것이라 하며, 잘못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은 중독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중독을 멈출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유혹의 신호들은 우리가 중독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T.코트라이트의 <중독의 시대>에서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중독에 빠져있는 나와 주변 환경,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일반적으로 '중독'은 강박적이고 조건화되고 재발하기 쉽고 유해한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이런 행동 패턴이 어째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고 다양해졌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자 중요한 과제다.
데이비드 T.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중독의 시대는 위의 말을 남긴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살았던 시대(19세기)에는 기업이 중독을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면서 시작하였다.
19세기에 이르자 기업가들은 단순히 새로운 쾌락의 기회를 발견하고 교역을 확대하여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를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잠재적 중독성이 있는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여 판매했다. 나아가 그들은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배웠고, 수익의 일부로 반대파를 매수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들은 20세기 초반의 대대적인 개혁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로비 전략과 대외 홍보 전략을 고안했으며, 20세기 중반에는 여러 중독 행동 중에 일부는 허용되고 일부는 억압당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각기 다양한 수준으로 번영을 누렸다. 냉전 이후에 그들의 사업은 점점 다양해졌고 합법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발전했다. 그들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라 '계획적 중독'의 시대를 열었다. '계획적 중독'은 변연계 자본주의의 대표적 특징인 동시에 변연계 자본주의가 그것을 탄생시킨 이성과 과학의 힘을 역이용하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증거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중독을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을 책에서는 '변연계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나는 이 문제의 주된 원인이 내가 '변연계 자본주의 limbic capitalism'라고 부르는 바라고 주장한다. '변연계 자본주의'란 글로벌 기업들이 종종 정부나 범죄 조직과 공모하여 과도한 소비와 중독을 조장하는, 기술적으로는 선진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퇴보적인 비즈니스 체제를 말한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변연계 자본주의는 스마트폰이 생기고 치밀해졌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과 다른 사람에게서 오는 '좋아요' 같은 피드백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나르 이얄과 로버트 후버의 <훅>에서는 사람들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그것을 더욱더 중요시하게 된다고 말하는데, 이는 중독의 특성과 비슷하다.
나도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다. 좋아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피드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온다. 다른 할 일이 있어도 내 취향에 맞는 영상을 발견하면 유혹을 떨쳐 내 가기 쉽지 않다. SNS 중독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중독을 다른 중독으로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이다.
<중독의 시대>에서는 농업혁명 이후 새로 발견된 쾌락을 말해준다. 총 6가지 쾌락 중 5가지는 자신을 파괴적으로 이끄는 쾌락인 반면 1가지는 나를 발전시키는 쾌락이다. 그 한 가지는 단련되는 쾌락이다. 대표적으로 몰입이다.
몰입의 만족감, 문제 해결의 전율, 명사의 평온함은 모두 단련된 쾌락의 예다. (...) 단련된 쾌락은 종종 중뇌 변연계의 범위 밖으로까지 확장되는 신경망의 인내심 있는 개발과 관리가 요구된다. 외국어로 문학 작품을 즐기는 능력은 습득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계속 연마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수 있다. 단련된 쾌락의 학습 곡선이 상승하든 하강하든 간에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런 활동이 빠른 뇌 보상을 제공하는 도취 물질의 남용 같은 행위보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변연계(중독) 자본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만큼 단련된 쾌락으로 대체해야 한다. 유혹을 떨치는 방법은 유혹에 굴복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페서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를 대체하고 있다.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중독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하는 중독으로 바꾸면서 달라진 건 피드백이다. 스스로 체력이 늘고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중독의 시대>에서 말하듯이 중독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중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이왕 좋은 중독에 빠져보는 것이 나쁜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