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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Apr 27. 2023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요즘 마음공부를 하며 부쩍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최근에 드는 생각인데,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보이지 않거나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나라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텐데’, ‘나라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텐데’, ‘나라면 안그럴텐데’처럼 우리는 오롯이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처지는 고려하지 못한 채, ‘우리 스스로의 평가기준’에 따라 타인을 점수 매기거나, 단점을 찾아낸다. 


 인간이란 겉으로 봤을때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인과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다단한 생명체다. 불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업장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살아가면서 내뱉었던 말들과 행동, 표정, 습관 등 타인에게 발산해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사념체처럼 응축되어 우리의 업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로, 우리는 은연중에 세상으로 뿜어내는 우리들의 에너지에 의해 우리의 운명 깊숙한 곳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다. 


 불교철학을 자세히 공부할수록, 내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는 생각을 내심 가져본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세상을 바라보면 ‘한심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나잇값을 전혀 못하는 사람들, 돈키호테처럼 자신의 이상에서만 꿈을 꾸며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 나태한 사람들, 기타 여러 이유로 인생을 막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늘 한숨을 쉬고, 조금은 아니꼽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할까? 마음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그 사람들이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누군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독단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행동들이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을 미친 것이 또한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고려해보면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도 불의의 상황에 마주했을 때, 그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으리라 어떻게 예상할 수 있는가? 그 일이 나에게도 언제든지 닥쳐올 수도 있고, 그저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와 어떤 이유 모를 관계로 깊게 얽혀 있다면 우리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스쳐 지나가며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나비 효과가 되어 우리에게 일정한 변화를 일으켰을 수도 있고, 우리가 무심코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돌고 돌아 누군가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사회의 관점을 벗어나 우주의 관점에서 비추어본다면, 독립된 한 개인이란 없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긴밀한 상호간의 끈을 지닌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받고, 또한 영향을 주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는 불교의 연기설을 떠올리며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습관적으로 내뱉었던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고, 내가 단순히 ‘이건 이래서 좋고, 이건 이래서 맘에 안든다고’ 평가 내린 사람들이 사실은 내가 알아보지 못한,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큰, 세상에서 더 크게 비상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늘 사람들을 볼 때 단편적인 부분만 볼 뿐, 그 자세한 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까? 요즘따라, 세상 사람들이 내리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타인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임을 부쩍 느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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