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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Nov 12. 2023

러너스 하이

 키는 멀대같이 크고 덩치도 좋은 나지만, 이상하게도 체력 하나만큼은 저질이다. 운동 부족이어서 그랬을까? 가뜩이나 집에서 숨쉬기 운동만 하고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던 요즘, 큰 결심을 하고 운동을 하러 집 근처 헬스장을 방문했다. 배불뚝이처럼 아랫배는 툭 나오고, 팔다리는 거미처럼 가늘어지는 현상(?)이 일어나자,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헬스장을 방문하니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제각기 아령을 들고 열심히 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헬스 초보인 나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은 비교적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유산소운동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런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속도는 대략 8.0으로 해놓고, 숨을 가다듬으며 점차 뛰기 시작했다. 10분, 20분이 지나니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정신없이 뛰고 내려오니 종아리가 부풀어 올랐고,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뛸 때는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니 몸이 가뿐하고 개운했다. 큰 성취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런닝머신 위에서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뛰어보기로 한 건 내가 정한 나와의 ‘사소한 약속’이었다. 극도로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에게는 크나큰 도전이자 인내력 싸움이었던 달리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려 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되새기며 목표로 정한 시간만큼 꼭 뛰었다. 소심하고 실행력이 부족했던 내가 목표했던 달리기를 하고 나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기분들이 마음속에서 마구 샘솟았다. 달리기의 힘이 이리도 위대하다니 참으로 신기했다.     


 달리기를 하고 느꼈던 건 달리기가 우리의 인생과도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우리의 인생은 학창시절에 배웠던 Y=X 그래프처럼 수학 공식으로 적용되는 삶이 아니다. 때로는 꺾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무너지기도 하는 삶 속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달리기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뛸 당시에는 죽을 만큼 힘들지만, 인내하고 버티는 순간 달콤한 행복이 찾아오는 달리기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일정 시간을 뛰고 나면 찾아오는 무한한 기쁨인 ‘러너스 하이’. 이것은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인생에도 찾아오는 큰 기쁨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출구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 역경을 극복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큰 기쁨이 우릴 환영해 주리라 생각한다. 지금 처한 어려움은 일시적일 뿐,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저질 체력이었던 내가 런닝머신 위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었던 것처럼, 모두들 자신만의 인생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금부터 다가올 ‘러너스 하이’를 위해 뛰어보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한 걸음 한걸음, 차근차근 뛰어보기 시작하면 등대가 바다 위를 비추듯, 언젠가 우리의 인생에도 환한 빛이 찾아올 것이다. 모두들 힘을 내자. 그리고 버텨보자. 오늘도 자신만의 ‘러너스 하이’를 위해 인생이란 트랙을 뛰고 있을 사람들에게 응원을 건네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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