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앞에서 우리가 마주한 '생각의 민낯'

왜 다시 독서와 토론인가? 24년 차 기획자가 본 '진짜 실력'의 본질

by 동감

왜 다시 독서와 토론인가?

24년 동안 기획자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기획안과 제안서를 작성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문제점을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등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일이 기획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은 저를 포함한 많은 기획자에게 다음과 같은 싸늘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 며칠 동안 고민해서 만든 기획안을, AI는 단 몇 초면 작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이 무시무시한 질문을 고민하던 중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독서·토론·인문학 교육 2030 추진 계획'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기술이 가파르게 고도화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공교육은 가장 고전적인 '독서'와 '토론'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단순히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사고의 근육'에 대한 경고등이 아닐까?


AI는 '정답'을 주지만, '질문'은 주지 않는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확률 높은 '정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기획의 본질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가'를 정의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관련 기사에서도 언급하듯이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 활용 능력 이전에 정보를 판단하고 맥락을 읽어내는 문해력이다. 독서는 저자의 뇌에 접속해 그들의 사고 과정을 엿보는 가장 효율적인 입력(Input) 과정이다. 그리고 토론은 그 입력된 데이터를 나만의 논리로 분해하며 정리하는 출력(Output) 과정이다.


AI가 기획안의 초안을 잡아줄 수는 있지만, 그 초안이 우리 비즈니스의 결함을 정확히 파고들었는지, 우리만의 철학이 담겼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기록, 독서와 토론을 잇는 '생각의 레버리지'

필자의 책 『다이어리 레버리지』에서도 강조했듯이, 생각은 기록되지 않으면 없어진다. 독서와 토론이 AI 시대의 교육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도 사고의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읽고 말하는 과정 사이에 기록이라는 행위를 더함으로써, 좀 더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가시적인 효과를 위한 세 가지 습관을 제안한다.

첫째, 읽을 때 기록하자. 저자의 문장과 내 생각이 충돌하는 지점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이것이 소위 얘기하는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다.


둘째, 토론하기 위해 기록하자. 타인의 논리를 반박하거나 수용하기 위해서 내 논거가 우선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어야 한다. 기록은 그 논리를 지탱하는 뼈대가 될 수 있다.


셋째, 삶과 연계하여 기록하자. 교육청의 계획 중 '삶과 연계한 인문학'이라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 속의 지식이 내 삶의 문제와 연관되기 위해서, 일상의 기록을 통해 생각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종이와 마주할 시간

AI는 우리에게 '생각의 민낯'을 고스란히 비춰준다. 이제 우리는 AI를 잘 쓰는 것이 미래의 필요 역량을 의미하지 않으며, 같은 의미로 AI 리터러시가 AI 사용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늘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는지, 어떤 생각의 흐름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는지 생각해 보자. 찰나의 고민과 한 줄의 기록이,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음을 마음 깊숙이 상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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