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생각과 사유: 일상의 기록이 나를 지킨다

by 동감

갑자기 퇴직하신 분들의 삶이 궁금했다. 퇴직 이후 삶의 방향을 세우기 위해 어떤 것에 도움을 받는지, 삶에서 기록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궁금했다. 퇴직하신 분들이 또 다른 곳에서 경제활동을 하실 수도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마인드로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글이 있을까 싶어서 여러모로 찾아봤다. 물론 쳇지피티와 제미나이의 도움도 받았다.


퇴직 이후 삶의 방향

마음에 드는 내용을 풍족하게 찾을 순 없었지만, 도움이 되는 2개의 글을 찾았다. 첫 번째 글에서 필자는 기록은 취미가 아니라 삶을 붙잡는 도구에 가깝다고 했다.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을 언어로 붙들어 두는 일, 그 단순한 반복이 은퇴 이후의 방향을 만들어주었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글의 필자는 퇴직 이후 4년째 매일 일기를 쓴다고 했다. 이 글의 필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내가 누구였는지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이어간다고 표현했다.


역할의 공백

두 번째 글의 필자는 퇴직 후에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강의가 있는 날과 강의가 없는 날의 리듬이 확실히 다르다고 고백한다. 강의가 있는 날은 누군가 나를 부르고, 내가 할 일이 있고, 내 역할이 있음을 인지하지만, 다음 강의 일정이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일상이 끊겨버린다고 얘기한다.


그렇다. 퇴직 이후에는 누군가 나를 불러주는 호칭이 사라진다. 직함도, 역할도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일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일기는 하루를 평가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흔적이 된다.


우리는 흔히 기록을 ‘정리’나 ‘계획’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퇴직 이후의 기록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적기보다,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남기는 일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 아니다. 오히려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이다.


기록은 생각과 사유의 출발점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퇴직 세대에게 아주 고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험, 지식, 철학이 가득 쌓인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똑똑할 때”라고 말이다. 다만 그 반짝이는 자산들이 기록되지 않아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퇴직 후의 기록은 직장에서 쓰던 보고서와는 결이 달라야 한다. 즉 성취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는 기록이어야 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니라 나와 대화하는 글이어야 한다. 매일 20분씩 나만의 시간을 내어 오늘 느낀 감정과 새롭게 떠오른 생각을 적어본다면, 그 투박한 문장들이 쌓여 내가 스스로 정의한 ‘새로운 이름표’를 만들어줄 것이다.


필자 역시 매일 아침 쓰는 몇 줄의 문장을 통해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나의 정체성은 직업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사유가 멈추지 않을 때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생각과 사유의 근육을 유지하려면

퇴직 후의 삶에서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것은 시간도, 돈도 아니라 생각과 사유하는 힘이 아닐까? AI가 모든 답을 대신해 주는 시대이지만, 퇴직 후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AI가 아닌 나의 깊은 생각과 사유이다. 그리고 기록은 그 생각과 사유를 돕는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이다. 오늘 내가 마신 커피의 향기, 산책길에 만난 나무, 문득 떠오른 과거의 단상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 자체가 나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오늘 나의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어보면 어떨까?


“오늘부터 나만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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