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해결하고 싶었던 불만이 있었다. 직장동료와 대화를 하든,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하든 결국 화두는 부동산, 주식, 골프 이 세 가지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 현상은 더 가속화되는 느낌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가질 때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이 세 가지 주제가 가장 효과적이니 말이다.
최근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섰다. 반도체 관련 주를 중심으로 연일 코스피가 상승하자,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주식에 집중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 주제도 주식 관련 얘기가 빠질 리 없다. 주식 이야기에 묻혀 다른 화두는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주변에서 부동산, 주식, 골프 얘기만 듣다 보니, 내 나이가 훌쩍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내 주변의 누구도 음악이나 영화 얘기를 하지 않는다. 가슴 뛰는 연애 얘기도 자신의 관심사도 편하게 꺼내놓지 않는다. 자산을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 자녀에게 어떻게 증여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사에 파묻혀서일까?
필자가 물질만능주의를 극혐 하거나 염세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 냄새나는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대화의 폭을 넓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을 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겉핥기식 대화’만 하게 된 걸까? 부동산과 주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관심사다. 골프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다. 하지만 이런 대화 뒤에는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막이 한꺼풀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서로가 읽고 있는 책이나 즐기고 있는 취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고, 주말에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 이와 연계해서 요즘 고민하는 것들도 얘기할 수 있다. 자산 수익률이 아닌, 서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순 없을까?
중년의 대화가 부동산, 주식, 골프로만 채워져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상대방도 필자와 같은 갈증과 고민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대화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사적인 모임을 찾으러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물꼬를 틀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가 필요하지 않을는지. 우리에게 인간 냄새가 나는 대화가 사라져 버린다면, 앞으로 부동산, 주식, 골프와 같은 대화는 AI와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지 아니한가.
필자도 노력해 보려고 한다. 상대방에게 “요즘 재밌는 일이 있는지?”, “최근 마음에 남은 경험이 있는지?” 용기 있게 물어보려고 한다. 인간 냄새가 나는 대화 속에서 힐링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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