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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고비 Sep 25. 2023

선생님. 우리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진상 학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지난 글에 이어 진상 학부모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한 시리즈물이다. 이번 글에서는 진상민원을 만드는 부모의 잘못된 가정(집안 이야기가 아니다. 가정법 과거에 나오는 가정이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진상민원을 만드는 잘못된 가정은 매우 단순하다.

‘우리 아이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의 말과 다른 말을 전하는 교사의 말은 잘못되었으며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를 미워하거나 교사가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는 나름 논리를 갖춘 잘못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교사가 학부모에게 거짓으로 자녀의 잘못을 고해 얻게 되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의 잘못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그런 종류의 연락은 안 하면 안 할수록 교사에게는 이득이다. 교사가 변태도 아니고 전화 걸면 안 좋은 이야기 들을 게 뻔한데 뭣하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전화를 해야 하겠는가. 게다가 이런 류의 전화는 길어지기 마련이라 퇴근시간 이후까지 전화가 이어지기도 하니 학생의 없는 잘못을 만들어낼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 반대로 물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정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유를 나열해 보겠다.


엄마가 무서워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다. 엄마가 혼낼까 봐 일단 거짓말이 튀어나오는 아이들이 있다. 거짓말을 하면 자신에게 날아올 화살이 선생님으로 날아가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가 된다고 머리를 쓰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영악한 아이들은 드물다. 대부분은 그저 자신의 입장에 맞게 불리한 증언은 빼고 유리한 이야기만 하는 경우이다.


(내가 먼저 심한 욕을 해서) 상대방이 욕을 했는데 선생님이 와서 (내 이야기도 들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도 혼냈지만) 나를 혼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건 나쁜 의도라기보다는 인간의 본능과도 가까우니 아이를 탓할 필요는 없다. 누구라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상대에게는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하기 마련이다. 현대적 사자성어 중립기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있다. 그러나 교사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아이의 말보다 좀 더 객관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사는 학부모가 아이들보다 내 편을 들어줄 거란 기대가 없고  대부분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일을 전하는 게 아니라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 내지는 관찰자 입장에서 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썼는데도 교사의 말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건 교사의 잘못이자 학교의 잘못이다. 그간 만났던 선생님들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마음이 들겠는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앞으로 만날 교사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니 그냥 학교를 안 보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교사의 말을 좀 더 믿어보는 건 어떨까. 전부는 아니지만 괜찮은 교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정도 희망도 없다면 정말 학교를 보낼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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