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전형의 양면
이제부터 쓰려고 하는 글은 대학의 특별전형에 대한 글이에요. 특별전형인 이유는 정원 외 전형이기 때문이에요. 정원외란 무엇인가. 자사고 빼고 영재학교 빼고 과학고 빼고 학군지 학교 빼고 외고 빼고 국제고 빼고 이거 빼고 저거 빼고 경쟁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중 첫 번째 정원 외 전형인 농어촌 전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농어촌 전형은 그냥 아무나 지원하는 전형이 아니에요. 읍면 소재 지역에 부모와 함께 6년 이상을 거주하며 해당 고등학교에 다녀야 하고요. 부모가 함께가 아니라면 12년 이상이어야 해요. 그러니까 늦어도 중학교 1학년부터는 읍면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해요. 물론 이미 살고 있었다면 당연히 고하는 거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농어촌 전형은 너무 좋아요. 왜 교사들이 자꾸 농어촌 학교로 이사를 가는지 살펴보면 답이 나와요. 어떤 입시전문가는 농어촌 전형을 신이 내린 전형이라고 했고 어떤 입시전문가는 읍면지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농어촌전형은 수시에도 있고, 정시에도 있어요. 몇 명 뽑지도 않는다더라. 재수가 없으면 일반 전형보다도 커트라인이 높다더라. 이런 말도 맞긴 맞아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농어촌 출신이라고 해서 농어촌 전형으로만 원서를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일반 전형으로도 쓸 수 있고요. 여기에 더해서 또 하나의 선택지가, 그것도 매우 좋은 선택지를 더 갖고 있는 셈인 거예요.
최상위권만 좋으냐. 그럴 리가요. 평범한 일반계 고라면 인서울은 꿈도 꾸지 못할 내신 2등급 중후반 정도 되는 학생들이 농특 학종으로 건동홍도 갈 수 있어요. 참고로 평범한 일반계 고등학교 내신 2등급 초반 대학 라인은 국숭세예요. 내신 2등급 후반도 잘하는데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죠. 농특 전형으로는 지거국 갈 성적으로 인서울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같은 성적으로 대학 라인이 한 단계 올라가는 거예요. 수시만 그럴까요. 정시도 당연히 좋죠. 같은 등급이라면 농특전형으로는 한두 등급 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농어촌 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렇지만 여기 난관이 있어요. 모두들 자요. 공부를 안 해요. 모의고사 날은 그냥 모두가 자는 날이에요. 수업을 왜 듣지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나는 공부를 해야 해요. 그래야 대학을 갈 수 있는 거예요. 모두가 안 하는데 나만 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해요. 그런 게 없으면 나도 그냥 자는 아이들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농어촌 고등학교도 있어요. W고등학교와 Y고등학교인데요. 두 학교 모두 비평준화 고등학교라서 내신 성적으로 선발을 하고요.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학교는 농특 정시 전형에 특화된 학교예요. 두 학교의 입결은 학군지 고등학교 정도 수준이에요. W고 2024 입결을 대충 읊어보면 서울 주요대 포함 의치한약수가 12명이고요, 스카이 50여 명을 비롯해서 매우 화려합니다. 재수생 포함이라고 해도 놀랄만한 아웃풋을 보여줍니다.
뭐 지역에서 잘하는 애들 다 모아갔으니 그렇겠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또 찾아봤죠. 2020년에 개교한 경기도 내 G고등학교인데요. 물론 농어촌 고등학교이고요. 재수생 없는 현역 첫해에 의예과 2명, 약학과 1명, 스카이 9명을 보냈어요. 그다음 해에는 의치한약수 16명을 보냈고요. 스카이는 22명을 보냈어요. 그리고 올해 결과는 지금 수시만 나왔는데 의대 6, 스카이 24명이라고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이 학교가 왜 그러냐 싶죠. 읍면 지역에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생긴 학교거든요. 서울과 가까워서 전략적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러니까 다른 농어촌 고등학교보다는 수업 분위기가 괜찮을 거예요.
결론은 G학교 찾아서 이사가라가 당연히 아니고요. 농어촌 전형이 이렇게 좋다는 걸 알려드리는 거예요. 사실 농어촌 전형은 특별히 준비할 게 없어요. 그냥 농어촌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거예요. 농어촌 전형은 수시가 아닌 정시에도 있기 때문에 비자발적인 정시 파이터가 될 필요도 없어요. 수시로 못 갈 것 같으면 정시를 준비하며 우리만의 리그에 도전하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특별한 준비라면 중학교 때부터 농어촌 지역에서 사는 거죠!
농어촌 고등학교에서 멘탈 챙기며 공부하기 어려운 거 맞아요. 농특 전형으로 뽑는 인원이 적은 것도 맞고요.
대학을 가서 공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맞아요. 그나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가 아닌 중학교는 학습 분위기가 잡혀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보내는 난이도가 다른 전형에 비하면 결코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전형이에요. 우리 아이가 영재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선행을 많이 시킨 것도 아니지만 성실하고 멘탈이 건강하다면 도전해 볼 만한 전형이죠. 왜냐하면 일반고라도 자연계 1등급은 너무 어렵고요. 여기서는 2등급만 나와도 일반고 1등급 라인에 있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데다가 경쟁자들 풀이 학군지만큼 치열하지도 않거든요.
그러니까 농어촌에 사신다면 굳이 학군지를 찾아 이사 안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라면 놓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