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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 Mar 17. 2024

상처받은 기억

"신고합니다! 교육 수료를 명 받았습니다!"


유튜브 숏츠를 넘겨 보다 멈췄다. 쩌렁쩌렁한 청년의 목소리. 어느 훈련소 수료식 영상이었다. 화면 속에는 군인들이 오와 열에 맞추어 서있었고, 그들의 부모는 제 자식을 찾아가 뜨거운 포옹을 해주었다.


어쩐지 마음 한편이 아팠다. 누군가는 찾아올 가족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모두가 부모의 품에 안긴 시간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나라를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바치겠노라며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여기서도 내가 기댈 곳은 없구나’하는 좌절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속상했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감사하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상처받은 기억"이라고 할 거다. 그 기억의 조각들은 온몸 구석구석에 남아 타인의 이름 모를 상처를 살펴볼 능력을 주었다. 가끔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 아픔을 느끼고, 또 가끔은 나와 전혀 다른 형태의 상처임에도 함께 눈물짓게 만들었다.


댓글창을 열어 보니 나와 같은 염려를 갖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난 이런 사람들이 좋다. 모두가 웃고만 있을 때 그 뒤에 숨겨진 아픔을 기어코 걱정해 주는 사람들.


"부모님 없는 사람은 얼마나 가슴 아플까?"

"아무도 없을 장병들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렇게 가족 만나는 거 말고 다른 방법 없을까요"


아파 본 사람들만의 세심한 시선,

그들의 다정함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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