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들의 정년을 만 71세로 보장하라. 나는 아직 더 일할 수 있다.
동국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전 11시마다 본관 앞에서 짧은 점심시간 중 절반을 할애하며 정년 연장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더욱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보장받기 위해 본교 윤재웅 총장과의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시위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운동으로 이들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기본적 권리다. 그러나 일부는 이들의 정당한 투쟁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중앙도서관 등 교내 시설에 민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본교 청소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국교지는 이들과 연대하며 동국대 학우들의 더 많은 동참과 지지를 독려하고자 지난 9월 25일 시위 현장을 취재하였다.
동국대 청소 노동자들의 정년 연장 요구는 정당하다
본교 청소 노동자들의 요구안은 정년 71세 보장을 골자로 한 안정적 노동 환경의 보장이다.
동국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2018년도 투쟁 이후, 용역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018년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협상을 통해 만 71세까지 정년이 보장됐으나, 2019년 이후 입사자부터는 만 60세로 정년이 축소된 것이다. 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됐기 때문에 다른 정규직과 동일한 정년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직원과 청소 노동자의 정년을 '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그 이유는 먼저, 두 직업군의 채용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교직원은 대부분 30대에 채용되는 반면, 청소 노동자들은 50대 초중반에 채용된다. 교직원들이 약 30년간 근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청소 노동자들의 근무 기간은 5~10년에 불과하다. 이러한 짧은 근무 기간으로 인해 청소 노동자들은 업무에 익숙해질 즈음 퇴직해야 한다. 이는 업무 교육과 업무 숙련도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급여와 복지 수준 또한 다르다. 청소 노동자들은 본교 일반 정규직보다 급여가 적고 복지도 열악한 상황이다. 해당 조건에서도 같은 '정규직'이라 명명하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청소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불평등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이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정당하고도 절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교내 청소 노동자들의 정년 보장 및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은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용인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 2024년 12월 17일 정년 단축의 위기로 총파업에 돌입했었다.1) 덕성여대 청소 노동자들도 2022년 12월 시급 인상을 위해 노조 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2) 같은 해 연세대는 청소 및 경비 노동자들이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했다.3) 단국대에서도 2021년 9월 청소 노동자 시위가 일어났었고,4) 아주대는 2024년 초부터 용역 업체와 집단 교섭을 진행했다.5) 위 사례 중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교섭이 진행 중인 곳들도 많으며, 이 밖에도 교내 청소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정년 고용과 노동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타 대학의 사례들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며, 바로 지금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이 마주한 불안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동국대학교는 청소 노동자들과 어떻게 교섭하고 있을까?
지난 9월 22일 동국대학교는 청소 노동자들을 모아 설명회를 진행했다. 30분가량 진행된 이 설명회에서 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들의 정년을 60세 이후 2년 단위 촉탁직 고용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촉탁직 고용’이란 주로 정년퇴직자나 고령자를 재고용할 때 사용하는 실무상 용어로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며 근로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6) 그러나 이 촉탁직 고용은 올해가 아닌 내년 정년 퇴임자부터 적용된다. 올해 정년 퇴임을 해야 하는 만 60세 노동자들은 해당 촉탁직 고용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명회는 이와 관련하여 청소 노동자들에게 어떤 질의도 받지 않았다. 사실상 일방적 통보였다.
동국대학교 내에는 ‘한국노동조합(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하 민주노조)’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며, 교섭대표노동조합은 한국노총이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과 교섭을 진행하고 협상안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협상안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청소 노동자 대다수는 소수 노조인 민주노조 소속이다. 현재 민주노조와 한국노조는 소통이 단절된 상황이다. 한국노조가 동국대 청소 노동자들에게 협상안을 알려줄 의무는 없으나, 학교 측은 다르다.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고용주는 ‘동국대학교’이기 때문에, 학교 측은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조 측에 충분한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그러나 본교는 청소 노동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자행하고 있으며,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떠나 고용주로서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일방적 통보 넘어, 상생을 향한 ‘경청’이 필요한 때
위의 설명회와 관련하여, 일부 동국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올해 정년 퇴임자부터 해당 협상안을 적용하기를 바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모든 청소 노동자의 정년을 71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해당 요구안을 받아들여 교내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2018년 투쟁 이후, 본교 청소 노동자들은 동국대학교를 고용주로 하여 직고용된 정규직 고용인들이기 때문이다. 설령 모든 요구안을 당장 수용하기는 어렵더라도, 고용주로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관심과 연대 또한 절실하다. 학생들이 청결한 학습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은 청소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노동 환경이 보장되어야 오랜 경험으로 쌓인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쾌적한 학습 환경이라는 형태로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내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이를 소음 공해로 여기지 않고, 이들의 정년 연장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동국대학교와 윤재웅 총장은 총장실의 문을 열고 청소 노동자들과 소통하라. 그리고 이들에게 71세라는 안정적인 정년을 보장하라. 청소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해, 그리고 동국대학교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권을 위하여 본교와 윤 총장은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는 교내 저임금 노동자와 고령층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1) 김태희. (2024.12.17). 용인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총파업…“정년 단축에 9명 해고 위기”. 경향신문.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71304001
2) 은혜진. (2022.12.14). 지구 한 모퉁이를 밝혀온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 이야기. 참세상.https://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6993
3) 장한지. (2024.02.08). "정당한 쟁의행위" 연세대 청소노동자 판결내용 보니. 뉴시스.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208_0002621717&cID=10203&pID=10200
4) 신동길·고혜주. (2021.09.07). 교내 청소노동자 시위, 참아왔던 울분 터져. 단대신문.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7811
5) 김고원. (2024.12.03.). 아주대 청소 노조와 용역업체 간 협약, 장기전 우려돼··. 아주대학보사.https://press.ajo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549
6) 오수영. (2024.05.21). [노무, 톡!] ‘촉탁직’은 정년 후 재고용 가리켜. 이투데이.https://www.etoday.co.kr/news/view/236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