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교지에 관심 가져주시고 이번 독자 대담회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동국대학교의 여러 학우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참여한 사람들
편집장 : 유라
편집위원 : 민주, 현아
독자 : 정원(국문창 22), 지운(철학 23), 승현(법학 21), 민(북한 22)
Q. ‘자리’의 첫글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동국대학교 내 시설 안전 문제를 다루고, 학교가 학생들에게 보장해야 하는 심리적 안전과 관련하여 사유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몇 년 전에 교지를 했을 때, 학내 기사를 어떤 주제로 쓸지 늘 고민이었다. 이번 호는 주제를 잘 고른 것 같다, ‘시설’이라는 가장 가까운 소재에서 출발한게 제일 좋았다. 읽으면서 8p 중간 쯤에 등장하는 ‘안전한 상태’란 무엇인지, 학교가 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해야하는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본 거 같다. 인터뷰를 상당히 고생해서 땄을 거 같은데, 다만 여기서 인포그래픽이나 시각화된 자료가 첨부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7p. 여는 문장이 글 전체와는 조금 유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개념과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적합한 근거가 필요할 거 같다.
지운: 글 전체적으로 물리적 안전을 넘어선 심리적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인상적이다. 다만 마지막 문장의‘안전한 보호망’이라는 키워드가 허울 좋은 말이긴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학교가 카운셀링 센터 운영을 통해 이 심리적 안전에 대한 보장을 어느정도는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건 학교에 떠넘기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심리적 안전은 학생들이 서로 연대하는 마음을 지닐 때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심리적, 물리적 안전을 학교가 보장해야 하는 건 맞지만 100% 책임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원: 첫 페이지를 넘기고 나오는 글이 학교에 관한 글이라 시선을 끌었다. 좋은 시작이다. 다만 모든 책임을 학교에 몰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학에 가지 않는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이기에, 국가가 차원에서 학교 시설의 안전성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자체가 국립보다 사립 학교가 많다는 문제점이 여기까지 이어지는 듯하고, 시설 관련 문제를 국가가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느꼈다. 대학들이 취업률 통계자료로 현수막을 내걸기도 하는 세태 속에서 학교 내부의 문제들은 어느 정도는 국가가 조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안전의 최전방’에 놓인 학교의 시설 문제를 국가에서도 책임을 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느꼈다.
조민: 이전에 학생회를 했는데, 그때 들었던 문제의식이 있다. 요즘 학생회는 민원창구화 됐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 학교 시설 보수 및 안전 문제가 학교에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이 학생회를 하며 제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서 와닿았던 거 같다. 추가적으로 학내 시설과 관련된 노동에 대해서도 다뤘으면 좋았을 거 같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에 관해 같이 다뤘으면 내용이 더 풍부해졌을 것이다.
Q. <오래된 도시에 더는 오래된 것들이 없고>는 아파트 재건축 및 재개발 세태와 이로 인해 상실되고 파괴당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좋아하는 노래로 글을 시작하는 게 좋았다.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 다만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 많았다. 14p. 너무 문학적이라 좀 뜬다는 느낌을 받았다. 추가적으로 실제 거주민들의 인터뷰를 따서 넣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의 “재개발이~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아침, 끔찍한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라는 문장이 적확한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지운: 글을 읽으면서,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국가의 더 큰 책임감과 해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동네의 자연스러운 소멸을 시간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현대 사회는 누구의 속도에 맞춰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너무 추상적인 부분들이 있었고, 정부가 금전적 보상 외에 어떠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그리고 도시의 노후 지역을 재개발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잘 나와있지 않아 의문이 들었다. 감정에 호소하는 글에 가깝다고 느꼈다. 4단락, 너무 개인적인 정의로 글을 쓰는 것 같다. 재개발을‘인간의 삶의 중심이 무너지는 것이다.’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예전에 받은 느낌을 똑같이 느끼는 것 말고 다른 느낌을 받는 것 또한 좋다고 생각한다.
조민: 흥미로운 주제였다. 사회학 복수전공을 하니까 비슷한 시선으로 제출한 과제가 많았는데… 이 글에서는 주장이 갑자기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장이 글이랑 유기적이지 않은 느낌을 받았고, 주요 주장의 근거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정원: 이 글이 아파트 자체를 부의 상징과 경제적 가치로 바라보기 때문에, ‘아파트 천국’문단에서 한국 아파트의 교체 주기가 타국에 비해 짧다는 것을 언급해준 게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왜 타국의 아파트는 교체 주기가 긴 것이며 왜 그렇게 설계되는지, 안전 문제는 없는지 등의 설명을 풀어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한 경제와 안전 문제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유기적으로 적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Q. <거리는 누구를 배제하는가>에서는 거리의 ‘공공성’을 환기하며 그곳에서 배제되는 약자들의 상황을 조명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지운: 거리의 정치적 맥락까지 포괄한 내용을 담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약자들은 그런 거리에서도 다 배제당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의 마지막 문장처럼 모두를 위한 거리가 진실로 모두를 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승현: 교수님이 기고하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잘 썼다고 느꼈다. ‘우리의 공간을 수정한다’는 문장에서 조사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공덕역에서 시민들이 자취 구역을 만들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구청에서 철거시켰던 일이 있었다. 이 같은 예전의 사례들도 환기되며 인상 깊게 읽었다. 많이 배우면서 읽은 글이었다.
조민: 어려웠던 글이다. 3문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 같은 고봉밥 문장들이 꽤 있었다.‘모두를 위한 거리를 향하여’파트에서 이렇게 길이가 길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등장한다. 문장이 머릿속에 잘 안 그려져서 어려웠지만, 각주도 꼼꼼하고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원: 논문 같이 잘 쓰인 글이라고 느꼈다. ‘비장애인은 왜 당사자성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갖고 있는가, 비장애인은 왜 거리의 이런 차별적인 지점을 보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며 그 답을 고민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좋은 글이다.
Q. <Seoul (not) my soul>은 수도권 중심주의에 의해 착취당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고발하며, 이를 통해 확대되는 계급 격차에 대해 사유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탄탄한 글이라고 느끼며 잘 읽었다. 교지에서 읽고 싶었던 주제의 글이었다. ‘서울’이 가진 상징들을 해체하여 꼼꼼하게 분석한 것 같다. 85집의 학내 파트로 잘 선정되었다고 생각했다. 가독성도 좋았다. 본 글과 같은 주제를 쓸 때 항상 결론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고민되는데, 이 글은 열린 결말로 잘 완결지은 거 같다.
지운: 이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다. 역설적이게도 서울의 문제점과 불평등이 서울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임과 동시에, 서울에 기괴하고 위태로운 느낌을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한 사람으로서 서울에 거주하는 게 여전히 티비 속에 사는 거 같고,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글을 읽으며 기존에 갖고 있던 서울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떠올라 흥미로웠다.
조민: 전주에서 상경했던 사람으로서, 이 글을 통해서 새내기 때 느꼈던 서울의 불편한 감각을 살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이 글에서 청년을 다루는 층위가 겹겹이 있는데, 좋은 대학을 간 학생, 소위 레벨이 떨어지는 대학에 간 학생, 비진학 학생 등 이러한 세분화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을 읽고 있는지 헷갈렸다.
정원: 서울에 있는 대학에만 지원서를 넣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너무 좋아했다. 그러나 그런 부푼 기대감을 안고 올라온 서울은 내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새내기 때 느꼈던 서울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 그리고 그것들이 저물어가는 과정을 다시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많은 동국대학교 학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이었다.
Q. 사회의 첫 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 남초 커뮤니티> 에서는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반복되는 성착취 문제를 조명하며 이를 방임한 사회적 주체들을 비판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2022년 가을 교지에 처음 들어와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신당역에 다녀왔던 것이다. 그때로부터 지금 시점까지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고, 이 주제가 언제나 시의성을 가진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주제를 색다른 방향으로 깊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타임라인 별로 당대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주체를 국가, 언론, 기업으로 나눈 부분이 특히 좋았다. 본 주제는 아주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여성 관련 의제는 교지가 언제나 다루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잘 읽었다.
지운: (여성혐오 관련 사안은) 항상 문제를 던지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글에서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해결책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좋았다. 사회적 주체에 대한 비판도 잘 공감됐고, 교육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꼈다.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순화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당 사안에 참담함을 느낀다.
조민: 사회학적인 글이었다. 단락이 적절하게 나뉘어져서 읽기 좋았다.‘미래 세대의 경우 성교육의 방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바람직한 성교육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었었다. 성교육을 진행하는 어른들이 청소년이 교육받는 대로 잘 따를 것이라 생각하며, 그 방향성을 깊게 고민하지 않고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 개인적으로도 고민하던 지점이었다. 다행히 이 의문을 ‘교육’결론 부분에 은평구 어린의집의 사례를 보며 해소할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민의 답을 해준 완결성 있는 글이었다.
정원: 제목에서부터 가해자 집단을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좋았다. ‘반복되는 성 착취의 역사’ 파트의 두 번째 문장이 특히 좋았다. 기술의 발전을 핑계로 사회적 주체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을 잘 짚고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 외적으로, 어두운 바탕에 어두운 글씨가 쓰여 읽기 어려워 아쉬웠다.
Q. <분단이 낳은 모든 것>은 남북 분단에서 시작된 이념적 모순과, 이를 통해 야기된 여러 사회적 인식과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분단 모순과 관련한 내용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민번호 제도,교원의 정치 참여 금지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낯설게 볼 수 있는 시선으로 고민한 것 같아 좋았다. 다만 팀기사를 쓰면 각자의 글을 합치는 과정을 거칠텐데, 글이 매끄럽게 합쳐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52쪽에서 91년 소련 해체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잘 붙지 않았다. 53쪽에선 ‘친권위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없는 단어의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글이라면 단어 사용에 있어서도 적확한 단어를 쓰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반공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내면화’ 파트가 가장 인상 깊었다.
지운: 주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읽기 어려웠던 글이다. 읽고 나니 지금 발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붕괴와 같은 현상들이 ‘우리나라가 아직 분단 체제에 있기 때문이겠구나’라고 느꼈다. 분단이 남한의 권력 수단을 정당화하는 정치 도구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정원: 교지 전체를 통틀어서 ‘분단이 낳은 모든 것’파트가 가장 좋았다. 다만 여기서 왜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민: 술술 잘 읽혔던 글이다. 어떤 문헌들을 참고했는지 알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각주가 하나도 안 보였다. 북한학 전공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는데, 좀 더 진보적인 시각을 보여줬다고 느꼈다.‘분단이 낳은 모든 것’ 파트가 가장 좋았다. 앞에서는 한국이 왜 이렇게 권위적인 사회가 되었는지에 대한 맥락을 짚어줬다면, 이후에는 우리가 몸소 겪는 억압들을 나열해주었기에 굉장히 중요한 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첨언하자면, 남북이 체제 경쟁을 하면서 어떻게 시민들을 권위적으로 통제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추가했다면 글이 더 매끄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불평등하며 관대하고 폭력적인 국경에 대해>는 ‘국경’을 기준으로 한 민주정치의 모순에 의문을 던지며, 이에 수반하는 폭력과 불평등을 고발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어려워서 여러 번 읽었던 글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고 필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국경에 대한 글을 처음 읽어봐서, 굉장히 예리하게 생각을 해봤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경의 물성, 투명함과 같은 것들을 개념화하여 쓰는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이렇게 글로 써냈다는 것 자체가 새롭고 재밌었다. 하지만 어렵게 읽었던 파트도 많다. 국경 체제의 대안으로 시민 단체와 정당의 주권성을 제시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보충 설명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 주권에 대해서 어째서 이것들도 충분한 대표성을 가지고 국가 권력만큼의 연속성을 가진 결합체로 볼 수 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비슷한 층위의 주권으로 인정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점들이 잘 와닿진 않았다.
지운: 쉽지 않았던 글이다. ‘국경 속에 갇혀 사는 기분은 어떤가?’라는 문장에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다. 본인은 국가 안에서 국경을 무의식적으로 잊고 살던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권위주의에 찌들어 살고있는 거 같아 반성하게 됐다. 그러나 국경이 없어진 사회가 도래했을 때 지금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선 확신을 가질 순 없었다. 이렇게 실현이 되는 사회가 상상이 잘 안 됐고, 결국 스스로 권위주의에 찌들어 살고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조민: 뾰족한 시각으로 필요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북한학적으로 보면 남한 사람들은 국경에 갇혀있다기보단 휴전선에 갇혀있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국민국가라는 근대성의 산물이 이제는 수명을 다한 면이 있으므로, 새로운 세계를 기획해서 다음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분단 국가인 한반도에서는 근대성에 입각한 국민국가가 성립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한반도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계몽성, 근대성, 보편성과 같은 산물들이 이 땅에서는 분단으로 인해서 실현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국민국가에 모순이 있으니 다음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한반도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원: 국경에 대해 새로운 시선, 시각을 알아갈 수 있어 정말 좋았으나, 조금 어렵게 읽혔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구라는 별을 지배하고 있는 세뇌의~’라는 문장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필자가 말하고 싶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우리는 줄곧 국경이 허물어진 세계를 향한 예견을 학습하며 살아왔다. 방학마다 떠나는 해외여행과 인터넷을 통한 타국민과의 소통은 세계화의 실현과 같이 보였다.’라는 문장이 완전히 공감되진 않았다. 본인은 해외여행 떠날 때마다 국경이 허물어지는 느낌보다는 국경이 올곧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만 허락을 맡고 해외 여행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국경이 허물어지기보다는, 국경은 있되 다같이 교류가 원활하게 되는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글의 이해를 더 높이기 위해서 마지막 부분을 앞 문단으로 옮겨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독자가 좀 더 쉽게 지구라는 별을 국경에 맞춰 나누어 가지는 게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얼마나 기이한 현상인지 깨달을 수 있게 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이 세계는 국민이 아닌 인간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고, 가장 좋았다.
Q. <간절함을 뜯어먹는 가장 완벽한 방법>에서는 종교의 본질이 퇴색되며, 사회·정치적 부조리가 행해지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어려운 글들이 앞에 나오다가 이 글이 나와서 숨 돌릴 수 있는 좋은 배치였다. 소제목 없이 쭉 달려가는 글이지만 잘 읽혔다. 완전 새로운 시선을 담은 글은 아니지만 술술 읽히는 에세이 같았고, 단어가 크게 낭비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얘기를 하면서도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이 교지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지점에서 이 글은 가독성을 지닌 좋은 글인 거 같다. 해당 글의 필자가 다음 교지에서도 글을 쓰게 된다면, 어떤 주제를 고르더라도 이렇게 읽기 좋은 글이 나올 거 같다고 예상되어 인상 깊었다.
지운: 재미있게 잘 읽었다. 제목이 이 글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완벽한 문장이라고 느꼈다. 평소에도 종교를 이용한 사익 창출 및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가 익히 ‘종교’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이단을 욕하고 배제할 때마다 모순적이라고 느끼는데, 이러한 종교에 대한 의문점이 다시 떠오르면서 많이 공감이 갔다. 덧붙이자면, 종교를 좀 더 명확하게 정의를 한 뒤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언급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
조민: 재밌는 글이었다. 교지를 펼쳤을 때 가장 기대하는 글의 특성에 부합한다. 학생 사회나 학술적인 글도 필요하지만, 본 글과 같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이 많으면 학생들이 교지를 좀더 쉽게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원: 85집에서 가장 좋았던 글이다. 기독교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지, 쌍두마차처럼 여겨지는 두 종교를 다룬 점이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글의 주제가 너무 좋다보니까 분량이 짧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가 어떻게 권력과 맞닿아있는지, 한국 분단의 역사와 관련지어 서술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Q. 기고글 <살아남았단 건 다정하다는 증거> 에서는 지속적으로 타인과 ‘다정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다뤘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좋은 영화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기고글이었다. 파트 3에서 ‘험난함 속에서 다정함을 되찾자는 내용’을 더 끌고 내려왔다면 좀 더 교지다운 글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 너무 좋았다. 나 또한 ‘다정’이 품이 많이 드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파트1에서 영화 속에서 다정함으로 어떻게 사건을 해결했는지 나오지 않아 의문이 남았다. ‘주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만으로도 잔인함을 억누를 수 있다.’는 문장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조민: 이 영화의 대사들이 평소에 하던 생각들과 비슷해서 좋았다.
정원: 스스로 더 다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 ‘~네안데르탈인이 살아남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불리한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글을 읽었던 게 떠올랐다.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공동체 집단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기억한다. 인류 발전을 따져봤을 때도 사람은 연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 모두 다정하자.’글의 주장을 되새기며 잘 읽은 거 같다.
Q. 기고글 <방송국의 목소리 너머>에서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노동 환경과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기고글로서 좋은 글이다. 방송 노동 환경에 대한 글이 교지에 늘 실리는 것 같은데, 기고글에 어울리는 주제와 볼륨을 선택한 거 같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파트에서 나온 여성혐오 발언을 보고 많이 충격 받았다.
지운: 재밌게 잘 읽었던 글이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예쁘고, 똑똑하고, 말 잘하는 완벽한 육각형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너머에 이런 부당한 대우들이 있었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현실에도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 직업을 둘러싼 기괴한 구조를 깨달을 수 있었다.
조민: 학교에 비치된 교지를 집어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글이 있을텐데, 이 글이 대학생들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주제를 짚고 있는 대중적인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들이 취업에 가장 관심이 많을 생애주기 상에 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의 노동권이나 성평등에 관심을 가질 계기가 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이고 좋은 글이었다.
정원: 충격적인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학원 추천 채용 관련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좋았던 부분은‘그저 말하는 사람이 아닌 저널리스트 아나운서’의 문단이 나오고 그 뒤에 아나운서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들이 어째서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잦은 ‘프리 선언’을 하는지에 대해 잘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나운서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잘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느꼈다. 글 외적인 것인데, 기상캐스터 오요안나님이 원래 시를 쓰셨던 걸로 안다. 큰 결심을 하고 기상캐스터가 되셨을텐데, 이 분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MBC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읽었다.
Q. 기고글 <일할 수 있지만, 일할 수 없는 나라>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제시하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승현: 두괄식으로 쓰여서 가독성이 좋았다. 다만‘이제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이라는 단락에서 좀 걸리는 표현이 존재한다. “나도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내국인 외국인 노동자들~”해당 문장은 타자화로 읽힐 우려가 있다. 이러한 나누기 식의 글쓰기는 지양하는 것이 글의 집중을 위해서도 좋다. 앞선 표현들이 자잘하게 수정된다면 더욱 좋은 글이 될 거 같다.
지운: 이주노동자 문제는 자주 접할 수 있기에, 사람들이 흥미를 덜 가질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한 거 같다. 그럼에도 계속 이야기 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우리 사회의 민낯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이주노동자 사례를 통해 잘 제시해주고 있는 거 같다.
정원: 이주노동자 문제는 시간이 더 흐르고 미래로 나아갈수록 더욱 조명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나와줬으면 하는 설명들이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을 주로 하는지, 어떤 문제에 놓여있는지를 더욱 상세하게 서술해줬더라면 글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 거 같다. 추가적으로 우리 사회가 이주 노동자에게 어떤 책임과 희생을 떠맡기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들도 같이 다뤘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듯하다.
조민: 말미에 있는 글이기도 하고 제목이나 도입이 신문 사설같다는 생각을 했다. 눈길을 끄는 좋은 도입인 거 같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자주 다룬 주제라 식상할 법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나 시의성이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꼭 필요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글 중간에 법과 정책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개혁이 아닌 ‘변혁’이라는 단어 선택이 꽤나 흥미로웠다.
Q. 이번 85집 표제어는‘자리’였습니다. 표제어가 현 사회와 85집을 적절하게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승현: 그렇다. 표제어를 고르는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리’는 잘 고른 표제어인 것 같다. 모든 글들이 ‘자리’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편집장 여는 말로 알 수 있었다.
지운: 적절한 표제어라고 생각한다. 편집장 여는 말을 읽어보면 글들이 왜 ‘자리’로 연결되어있는지 알 수 있었기에 잘 선정된 표제어라고 생각했다.
조민: 편집장 여는 말에서 ‘자리’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길래, 물리적 장소로서의 자리와 시민권으로서의 자리가 수록된 글들에서 설명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다 읽은 후 이 예측이 잘 들어맞아서 적절하게 선정된 표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교지 맨 앞 장에 후원계좌가 안내가 있었는데, 이번 표지에는 후원해달라는 안내가 없어서 교지의 재정이 힘들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정원: ‘자리’라는 주제를 잡고 글을 쓴 줄 알았을 정도로, 표제어인‘자리’가 모든 글들을 아우를 수 있게 잘 선정되었다고 생각한다. 편집장 여는 말에도 나와있듯이 ‘내 자리가 물리적 자리 외에도 어떤 자리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좋은 표제어였다.
Q. 이번 85집에 수록된 글의 구성과 흐름은 적절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승현: 좋은 배치였다. 다만 ‘사회’면이 엄청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 파트에서 호흡이 길고 무거운 주제들이 많아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지운: 앞에서 무거운 주제들을 읽고 기고글로 넘어가기까지 조금 벅찬 느낌을 받았어서, 중간중간 가벼운 기고글을 끼워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렇게 하면 목차 설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조민: 대학 교지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구성이었다. 개인적으로‘동국’교지만 할 수 있는, 동국대학교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글이 더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정원: 배치가 아쉽다. <지금 우리 학교는?> 뒤에 <Seoul (not) my soul>을 배치했다면 대학생들의 공감을 더 잘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지운님 말씀처럼 기고가 맨 마지막에 놓인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기고글 파트가 편집후기와 광고면이랑 맞닿아있어서 힘을 툭 빼고 배제시키는 느낌을 받았다.
Q. 이번 85집의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은 적절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승현: 표지 색이 고구마 같다.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 남초 커뮤니티> 글은 어두운 녹색 배경에 검은 글씨, 각주가 회색이어서 잘 안보였다. 그리고 막판에 지치더라도 교열을 더 치열하게 했으면 한다.
지운: 앞선 의견처럼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 남초 커뮤니티> 글에서 녹색 배경에 어두운 글씨가 쓰여 가독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표지 색깔 선정에 의문이 든다. 왜 보라색과 초록색이 선정되었는지 궁금하다. 표지에 자리를 뜻하는 단어들이 여러 언어로 되어있는 이유도 의문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내용을 담은 글들에 비해 디자인이 귀여운 느낌이라 아쉬웠음. 폰트도 더 가독성 좋은 폰트가 쓰였으면 좋았을 거 같다.
조민: 표지는 괜찮았다. 내지 디자인은 앞부분에서 피로감을 느꼈고, 기고글 파트부터 편안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이 편할 수 있도록 배경에 기교를 덜 부렸으면 한다.
정원: 상징색이 왜 초록과 자주색인지 의문이 들었다. 상당히 극단에 있는 색조합이라고 느꼈다. 표지에 다른 나라 언어가 쓰인 것이 외국인 독자를 배제하고 싶지 않은 의도였는지 궁금했다. 사회면의 글들이 가독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목차 페이지가 ‘자리’, ‘기고’파트에는 있는데‘사회’면에는 없어서 아쉬웠다. 글을 관통하는 디자인 요소들이 글 읽기에 상당히 방해가 되는 거 같다. 담긴 글들은 심오한데,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Q. 총평 및 동국교지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승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박수. 바라는 점이라면 오래오래 교편실을 지켜주셨으면 좋겠다는 점.
지운: 편집장의 여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는 말이 참 좋았다. 모두 수고가 정말 많으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지면이 남는다면 퍼즐게임 같은 것도 넣었으면 좋겠다. 교지는 쉽게 가져갈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어려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 더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동국교지’가 되었으면 한다.
조민: 다 귀한 글들이었다. 좋은 호였던 것 같습니다.
정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교지 글을 가볍게 훑으면서 읽어왔던 독자로서, 우리가 치열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들을 제시해줘서 감사한 책. ‘동국교지’가 앞으로도 유일한 자치 언론으로서 비판적 시선을 갖고 학교와 사회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